달리는 차에서 듣는 음악은 웬만하면 다 좋다. 가만히 보면 자가용(정말 복고풍인 단어다)족은 제가끔 자신만의 드라이브뮤직을 갖고 있다. 소설가 신경숙 차에서는 비트가 강한 록을 흔히 듣는다. 60년대 '사랑의 여름'을 달구던 노래들. 예전에 소설가 김형경 차에서는 최신 우리 가요나 리메이크한 70년대 가요가 흘러나왔다.
나는 요즘 가수 가운덴 이정현이 좋은데, 그 매력을 알게 된 게 김형경 차에서였다. "어딘지 남자들 롤리타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데가 있지 않아?" 김형경의 그 한 마디가 이정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난다. 내가 어렸을 때라면 이정현 노래를 이리 좋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인 김정환이 마리솔 LP를 찾아내 몇 십 년 만에 다시 들었다고 한다. "정말 굉장해! 그 어린 여자가 말이야!" 순간 나도 그 노래가 간절히 듣고 싶었다. 옛날엔 경악했던 그 목소리가. 스페인 영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의 삽입곡이 실린 영화음악 모음 LP가 있었다. 길은>
커버의 마리솔 사진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런데 노래를 듣자니, 으악! 징글맞도록 걸걸한 어른 여자 목소리였다. 성량이 아주 풍부한 데다 근사한 창법이었는데, 그땐 그 진가를 몰랐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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