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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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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입력
2006.12.2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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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주권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2006년을 시작했지만, 종파 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절망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형 판결 확정도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의 비극을 끝내는 마침표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라크는 지난해 12월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데 이어 올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었다. 총선에서 승리한 시아파 정치블록 통합이라크연맹(UIA)는 5월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쿠르드족 출신의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체제의 주권 정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미국의 후원 하에 주권정부의 주도권을 잡은 시아파와 축출된 수니파의 종파 간 갈등이 정치, 사회 전반으로 번지면서 이라크를 피로 물들였다. 정부 구성 작업이 시작된 지 열흘 만인 2월 22일 이라크 북부 시아파의 성지 사마라에 있는 아스카리야 사원에 가해진 폭탄 공격은 수니파_시아파 종파간 분쟁의 신호탄이었다. 시아파와 대미 저항공격을 주도해온 수니파가 무차별 보복 테러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닷새동안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종파간 분쟁은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동족 상잔의 비극을 낳았다. 미군은 6월 이라크내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제거에 성공하고 말리키 총리도 수 차례 종파간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국민화해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미 저항 테러와 종파간 분쟁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졌다. 종파간 유혈 충돌으로 이라크에서는 하반기 들어 하루 평균 민간인 1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라크 정부는 미군 침공 이후 11월까지 민간인 희생자 수를 10만~15만으로 집계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는 이라크 내 유혈 폭력 사태를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의 지지세력인 수니파가 미군과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시아파 주도의 현 정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승전 선언과 후세인 독재 체제의 종식에도 불구, 부시 정권의 이라크 안정화 정책 실패는 11ㆍ7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를 안겨줬다.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결국 낙마했다.

개전 이후 이라크 내 미군 사망자는 이달 25일 2,974명을 돌파함으로써 9ㆍ11테러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의 하디타 민간인 학살 사건과 3월 마흐무디야에서 일어난 14세 이라크 소녀 성폭행 및 가족 학살 사건 등 이라크 주둔 미군의 범죄 행위가 잇따라 폭로되면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도덕적 정당성도 크게 훼손됐다.

치안권을 이라크 정부에 조기 이양하고 철군을 구상했던 부시 정권의 이라크 해법도 꼬이고 있다. 초당파기구 이라크연구그룹(ISG)은 2008년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권고했고, 상ㆍ하원을 장악한 민주당도 철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ISG의 권고를 무시하고 20일 이라크 유혈사태 차단을 위해 내년초 3만명 추가 파병 계획을 발표하는 등 탈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형국이다.

[2006년 이라크 일지]

2월 10일 = 통합이라크연맹(UIA), 총선 승리 확정

12일 = UIA, 주권정부 총리 후보로 이브라힘 알 자파리 과도정부 총리 선출

22일 = 시아파 성지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 폭파 공격. 종파 분쟁 격화로 5일간 200여명 사망

3월 16일 = 의회 개원. 알 자파리 총리 연임 문제로 공전

4월 20일 = 알 자파리 총리 퇴진

21일 = UIA, 다와당 지도자 누리 알 말리키로 총리 후보 교체

22일 = 의회, 잘랄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을 새 대통령으로 선출. 탈라바니 대통령, 말리키 총리 지명자에 내각 구성 요청

6월 7일 =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미군 공습으로 사망

9월 7일 = 미국, 이라크 해ㆍ공군에 지휘권 이양

11월 5일 =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두자일 마을 주민 학살 혐의로 1심 재판서 사형 선고

8일 =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사임 발표

21일 = 이라크_시리아 국교 회복 선언

12월 6일 = 미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 공개

20일 = 부시 미 대통령, 이라크에 미군 병력 추가 파병 결정

21일 = 이라크 하디타 양민 학살 혐의로 미군 8명 기소

25일 = 이라크서 미군 사망 2,974명 돌파(9ㆍ11테러 피해 추월)

26일 = 후세인 전 대통령, 사형 확정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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