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으로 한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27일 모두 끊겨 통신과 전산망 일부가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홍콩 등에 메인 서버를 두고 있는 한국씨티은행, HSB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돼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한국씨티은행측은 이와 관련, 이날 국내 전산센터를 최대한 활용해 밤샘 복구작업에 나서 이르면 28일부터 정상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이날 대만 지진으로 한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광케이블 7개 모두가 끊겨국제전화 9,871회선, 인터넷 33회선, 기업전용회선 93회선 등 총 9,997회선에서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이 회선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전산망에 일부 장애가 발생했으며, 한국씨티은행, HSBC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전산망이 불통돼 이들과 거래하는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부터 인터넷 뱅킹은 물론, 지점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자동지급기(CD)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씨티은행측은 고객들이 업무 제휴를 맺은 우체국 창구에서 예금 입금과 지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했다. 우체국에서 입ㆍ출금 서비스를 받으려는 씨티은행 고객들은 통장과 인감도장을 갖고 가야 한다.
HSBC 서울지점도 오전부터 전산망 마비로 지점 창구와 홈페이지를 통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만 지진으로 인해 홍콩 등으로 들어가는 회선이 끊겨 이 곳에 서버를 둔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의 전산망이 전면 마비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 통신 서비스도 중단돼 로이터 시스템을 통해 외환거래를 해온 일부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들이 외환거래를 아예 하지 못했다. 또 로이터가 제공하는 금융정보도 끊어져 은행 딜러들이 외환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의 해외 지점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외환은행의 경우 중국 내 4개 지점의 전산망이 마비돼 영업을 중단했으며, 국민은행도 홍콩지점 등에서 일부 통신 장애를 겪었다. 이와 함께 홍콩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14개 국가와의 통신도 차질을 빚고 있다.
외교통상부에도 불똥이 떨어져 중국과 동남아에 있는 25개 한국 공관의 민원 업무도 일부 중단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25개 공관의 행정 전화 및 전자영상 민원 서비스,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됐다”며 “회선 복구 때까지 민원 신청은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KT와 LG데이콤은 피해를 입은 93개 기업 전용회선의 복구를 위해 AT&T, 싱가포르텔레콤 등 해저케이블 건설 주간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일반전화나 개인 인터넷의 경우 우회 접속으로 소통에 지장은 없으나 속도가 약간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기업 전용회선은 완전 복구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제3국을 통한 접속이나 인공위성 접속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씨티銀외 다른 외국계銀 불편 오래갈 듯
27일 대만 지진 발생에 따른 전산망 마비로 외국계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을 경유하는 통신망을 갖고 있는 일반 기업체들도 적지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한국씨티은행. 씨티은행측은 이날 긴급 복구작업에 나서 오후부터 일부 업무를 재개했지만, 인터넷뱅킹을 통한 타은행 이체, 신용카드 서비스 및 대출 등 대부분의 업무는 하지 못했다. 씨티은행은 업무 제휴를 맺은 우체국 창구를 통해 고객들의 입ㆍ출금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통장과 인감 도장을 소지해야만 우체국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홍콩 등과 연결된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국내에 전산센터가 따로 있어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르면 28일부터 대부분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HSBC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다른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들은 전산시스템 자체가 해외에 있어 우회선을 확보할 때까지 금융거래가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로이터 통신을 통해 외환거래를 해온 외국은행 국내지점들도 옵션이나 선물 거래 등을 하지 못해 외환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날 영업이 중단된 외환은행의 중국 내 4개 지점도 우회선을 확보하지 않으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외환은행을 통해 중국 수출입 업무를 해온 기업체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KT의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기업체들의 인터넷 업무 불편도 상당하다. 포스데이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내내 중국과 전산업무가 진행되지 않아 다른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해저통신 케이블이 단기간 내에 복구되기 어려워 금융기관 및 기업체들의 업무 장애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로 작업 등으로 케이블이 끊어진 경우 간단하게 이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지진에 따라 분출된 용암으로 인해 케이블이 모두 녹아 내렸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건설 주간사들이 복구 방법을 결정해야 알 수 있지만 녹아 내린 부분을 대체할 케이블을 새로 부설할 경우 수 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중국 등을 경유하는 우회 접속이나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우회 접속의 경우 국내에서 중국으로 접속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중국에서 대만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불안하다”며 “전송 속도 등 통신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의 반도체와 LCD 산업이 피해를 입었는 지 여부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반도체와 LCD 업체들은 주로 대만 북부 지역에 공장이 있어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대만 남부 지역에 위치한 파운드리 업체와 중ㆍ하위 LCD 업체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전세계 컴퓨터(PC) 부품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복구작업이 장기화할 경우 PC제조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송용창기자
'금융허브' 금 간 홍콩
26일 대만 남부 해안을 강타한 지진으로 대만과 홍콩 주변의 6개 해저 광케이블이 크게 손상돼 대만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통신 환경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전세계 금융그룹의 아시아 본부가 집결해 있는 홍콩은 은행간 자금 결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에 금이 갔다.
홍콩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홍콩과 한국을 잇는 인터넷과 유선전화, 팩스연결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홍콩에서 미국을 잇는 통신망에도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금융통신망(SWIFT)장애로 금융의 물류라고 할 수 있는 은행간 자금결제가 중단됐다.
현재 홍콩의 은행들의 상당수가 이런 결제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이같은 상황은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HSBC은행 고객들은 대만과 홍콩, 중국 등에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고, 일본의 다이와 증권은 도쿄에서 홍콩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단 홍콩 증권거래소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대만과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을 잇는 통신도 일부 손상돼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대만 최대 통신사인 중화텔레콤은 손상된 케이블을 수리하는데 3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통화 품질은 매일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케이블 손상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홍콩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98%가 장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거나 접속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고 중국 2대 통신회사인 차이나넷컴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접속 장애가 지진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지진으로 인해 중국-미국, 아시아-유럽 해저 케이블이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CCTV는 중국 최대 통신회사인 차이나텔레콤이 위성을 통해 통신망을 연결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통신회사 NTT도 1,400개 전화 회선과 84개 국제통신 회선이 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텔레콤도 일부 고객들이 인터넷 접속이 늦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대만에서 최소 2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했다. 지진 발생 후 27일 오전까지 12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으며 앞으로 1~2주내에 규모 5 이상의 여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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