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무리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의원들은 27일 새벽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막바지 절충을 벌이면서 정부 부처 예산에 대해선 가차없는 칼질을 해댄 반면 지역 도로건설 등 ‘선심ㆍ민원성 예산’은 거침없이 끼워넣었다. 여야의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산심사’라는 원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행태는 주로 건설교통부 사업 예산에서 두드러졌다. 92건에 2,97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의원들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물인 지역구 주변 도로건설을 위해 수십 억원씩 예산을 늘리고 부풀렸다. 무안~광주 고속도로의 서광산IC 진입도로 건설사업은 정부제출안 476억원에 50억이 얹어졌다. 예결특위 위원인 열린우리당 김동철(광주 광산) 의원이 본인의 지역구 사업에 무려 125억원이나 증액을 요청한 끝에 나온 절충안이다.
국도대체우회도로 25호선 용동~동읍 구간 건설공사는 55억원이나 늘어난 201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공사는 경남 창원시내를 가로질러 뚫리는 지역사업이다. 2013년 준공 예정인 부산 남해고속도로 냉정~부산 간 확장공사도 조속한 사업추진을 이유로 45억원의 정부안보다 10억원이 얹혀졌다. 전주~광양 고속도로 사업에서는 구간 중 국도 17호선(전주~남원)과 국가지원지방도로 49호선이 교차하는 관촌지역에 IC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이 증액됐다. 함평IC~수호리 국도건설건은 2008년 함평 나비축제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이 늘어났다. 이 지역은 예결특위위원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지역구이다.
이밖에 부산항 건설(200억원), 보령신항 개발(50억원) 등 지역항 건설을 비롯한 각종 지역사업 예산 증액도 유난히 많다. 특히 도로 철도 항만 건설사업의 경우 이른바 ‘정치권 쌈짓돈’으로 불리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 관련예산이다.
계수조정소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정부측 관계자는 “의원들의 증액안을 보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고 혀를 내둘렀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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