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지(死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을 위한 소신은 굽힐 수 없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워싱턴포스트는 오래 전부터 이라크에 미군 병력을 증파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매케인 의원의 요구가 현실화한다면 그의 막내아들 지미(18)도 여태까지 미군 병사가 3,000명 가까이 숨진 이라크에 갈 수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연구그룹(ISG)의 보고서가 나온 뒤 “이라크에 더 많은 군인을 보내지 않으면 머지않아 패배할 것”이라는 강조한 지 하루 뒤인 8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막내아들의 해병대 신병교육 수료식에 참석했다. 지미는 수료 후 해병대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보병에 지원, 일병으로 입대했다. 다른 아들들 중 잭(20)도 해군사관학교 생도로 재학중이다.
아들 걱정보다 국익을 우선한 것은 매케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트남전 와중인 1972년 매케인 의원은 해병 조종사로 복무하다 북부 베트남에서 격추돼 포로가 됐다. 그러나 당시 해군 사령관이던 매케인 의원의 아버지 존 S 매케인 주니어는 하노이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5년 넘게 아들이 고문과 폭행을 당했지만, 아버지는 자신을 모욕하기 위해 아들을 풀어 주겠다는 적군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매케인 의원은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아버지의 명령으로 하노이에 폭격이 가해지자 포로들은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환호성을 질렀다고 회상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매케인 의원과 함께 포로 생활을 했던 조지 데이는 “그가 옛날 영화를 되돌려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들들 역시 매케인 가문의 피를 지녔으므로 전장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 베트남전 당시 주변 사람들이 아들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했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매케인 의원도 공개적으로 아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지독히 꺼린다고 전했다. 매케인 의원이 지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6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가 유일하다. 당시 매케인 의원은 지미가 훈련소에 들어간 데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내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조금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타임은 인터뷰 후 매케인 의원이 기사에서 이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대로 실었다고 밝혔다.
매케인 의원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한 작가 로버트 팀버그는 매케인 의원이 아들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데 대해 그도 결국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다른 아버지들처럼 “신을 원망하는 행동은 정말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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