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검찰은 올 한해 처리한 사건 가운데 믿기 어려운 사례들을 공개했다.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다.
●‘남장여자’와 6개월 황당동거-“결혼 그날까지 순결 지켜줄게”조카의 “이모” 한마디에 들통
A(26)씨는 여자다. 키 168㎝에 몸무게 68㎏. 남자 체구랑 비슷하다. 여기에 머리를 짧게 깎고 남자 옷을 입고 다녔다. 언뜻 보면 남자다. 급기야 다른 여성 B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다만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주고 싶다”며 성관계는 피했다. 이런 A씨의 ‘배려’가 오히려 B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6개월이 넘게 흘렀다. B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B씨 가족에게도 어엿하게 사윗감 행세를 했다. “옛 여자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이유로 B씨에게서 3,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기 행각의 말로는 허무했다. 우연히 A씨와 A씨의 어린 조카, B씨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A씨의 조카가 A씨에게 “이모”라고 한 것이다. A씨는 곧장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A씨는 법정에서 “언젠가는 성전환 수술을 해 B씨와 결혼하려 했다. 법의 판단을 받아들이겠다”고 ‘남자답게’ 잘못을 인정했다.
●‘원수’는 감방서 만난다-뺑소니 허위신고 대리운전사 철창서 만난 피해자에 자백
대리운전사 C씨는 손님 D씨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D씨가 자신의 차를 몰아 C씨를 막아 서자 C씨는 “음주ㆍ무면허 운전”이라며 D씨를 다그쳤다. C씨는 D씨가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허위 신고까지 했다. D씨는 C씨를 막아선 것은 인정했지만 뺑소니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음주ㆍ무면허 운전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던 D씨가 다시 음주ㆍ무면허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만으로도 구속되기에 충분했다.
D씨가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던 도중 C씨도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C씨가 수감된 곳은 공교롭게도 D씨가 있는 방이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셈이다. C씨는 허위 신고였음을 자백했고 D씨는 뺑소니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C씨는 “허위 신고로 다른 사람을 구속되게 했기 때문에 죄를 받아서 나도 구속된 것 같다. 역시 죄 짓고는 못 산다”고 말했다고 한다.
●무정자증 60代속인 ‘씨받이’-애인 아기 임신 숨긴채 접근…낙태수술 받다 탄로 법정行
현대판 씨받이 사기 사건도 있었다. 김모(62)씨는 부농(富農)이었지만 자식이 없었다. 무정자증을 앓고 있었다. 김씨에게 30대 중반의 여성 E씨가 “대신 아들을 낳아 주겠다”고 접근했다. 김씨는 E씨와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며칠 후 E씨한테서 원하던 2세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자신의 건강이 좋아져 무정자증이 없어진 줄로만 알았다. 김씨는 E씨가 요구하는 대로 보약값 생활비 등 4,700만원을 보내 줬다.
그러나 그 아이는 김씨의 아이가 아니었다. E씨가 젊은 애인과 관계를 가져 생긴 아이였다. 물론 E씨는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임신 6개월째에 이르자 E씨는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게 탄로날까 봐 낙태수술을 받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자신이 여전히 무정자증임을 알게 됐다. E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서야 했다.
●“돈 보인다” 엽기가족의 비극-교통사고 가장 보험사기극…“한건 더” 욕심내다 부친 사망
F씨 가족은 경매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게 가족 보험사기단. 교통사고로 위장한 뒤 보험금을 타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F씨 가족이 챙긴 보험금은 1억2,0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 F씨는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운 상태에서 한번 더 사고를 내는 데 ‘성공’했으나 그 사고로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4억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사고 직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결국 일가족이 모두 처벌되고 아버지마저 잃은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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