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씨를 붓 뚜껑에 숨겨온 문익점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비밀정보 요원인가요?” “완벽하게 신분을 가장해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선생도 대한제국의 정보 요원이었나요?”
26일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을 찾은 40여명의 초ㆍ중ㆍ고생들은 쉴새 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연말을 맞아 국정원이 이날 초청한 경기 수원의 아동 복지시설 ‘동광원’ 학생들이었다.
박미숙(15ㆍ가명)양은 국정원의 홍보 영상물을 감상한 뒤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첩보 활동이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다”며 “장래 희망을 사회복지사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안보전시관에서 실내사격장으로 발길을 옮긴 학생들은 ‘숙련된 조교’ 요원의 시범 사격을 본 뒤 실탄과 사격 타깃 대신 전자빔을 쏘는 권총과 컴퓨터 스크린 타깃을 이용한 시물레이션 사격을 했다.
이날 ‘최고의 명사수’에 뽑힌 권미정(17ㆍ가명)양은 “처음해본 사격이지만, 투항한 테러리스트가 뒤로 손을 가져갈 땐 속임수를 부리는 것이라는 걸 영화에서 봐서 미리 사격을 했다”며 즐거워 했다. 이문기(가명ㆍ17)군은 “‘꽝’ ‘꽝’ 하는 총 소리에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어 국정원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양지나눔회’ 회원들과 국정원 내부, 인근 유적지인 헌인릉 등을 견학하며 유익한 한때를 보냈다. 박준형 등 개그맨들도 자리를 같이했다. 동광원에서 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임소영(28ㆍ여)씨는 “고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의 국정원이 아이들의 표정을 밝게 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