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35)씨는 얼마 전 스팀청소기를 샀다. 진공청소기가 있지만 청소기를 하나 더 구입한 것. 박씨는 “세살 난 아들이 음식을 자주 흘려 스팀청소기로 바닥을 밀지 않으면 세균이 안 지워지는 느낌”이라며 “일단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제거한 뒤에 꼭 스팀청소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구입한 스팀청소기는 세칭 ‘한경희’표. 박씨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이 제품이 제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스팀청소기가 진공청소기에 이어 ‘또 하나의 필수청소기’로 자리잡으면서, 세탁기 시장에 ‘한경희’돌풍이 거세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청소기 시장에서 스팀청소기를 처음 개발, 블루오션을 개척한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청소기 시장의 주류로 등장한 것이다.
26일 한국갤럽과 한경희생활과학이 최근 전국 6개 대도시 거주 만 30~49세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스팀청소기 브랜드 목록을 조사한 결과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시장점유율, 선호도 및 인지도 등 3가지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47.6%가 스팀청소기를 보유한 가운데, 10명 중 7명(73.5%)이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조사 때보다 13.9%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스팀과 진공이 동시 가능한 스팀진공청소기에서도 한경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61.3%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향후 1년내 구매의향에 대해서도 스팀청소기와 진공스팀청소기 비보유자의 76.4%와 60.7%가 한경희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무엇보다 청소기를 이용하는 주부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형 온돌문화에 익숙한 주부들로선 기존 진공청소기만으론 ‘2% 부족감’을 느껴왔는데, 이 부분을 스팀청소기가 해결해준 것이다. 고온의 증기가 바닥을 훔쳐내기 때문에 시각적 청소 효과까지 볼 수 있어 인기아이템을 자리잡게 됐다는 평가다.
1.5㎏의 초경량 무제와 인체공학에 맞춰 설계한 손잡이 등은 주부들이 쉽게 청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대목. 탈부착이 가능한 초극세사 걸레, 은나노 코팅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10만원 이하로 저렴하게 책정한 것도 성공비결로 꼽히고 있다.
덕분에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2004년 매출액 150억원에서 올해는 무려 2,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외형이 커졌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중소기업에 한방을 먹은 대기업들이 뒤늦게 스팀청소기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삼아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로선 한경희 브랜드를 뛰어넘기 힘들 것이란 평가다.
한경희 대표는 “최근 경쟁제품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며 “덕분에 브랜드와 제품 신뢰도가 높은 한경희 스팀청소기의 점유율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경희 대표는 누구?
42세. 젊은 나이지만 스팀세탁기 돌풍 만큼이나 이력도 독특하다. 이화여대 불문과 출신으로 1986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홍보직원으로 스위스 로잔에서 근무했으며, 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어 미국 현지에서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부동산 컨설팅 업무, 호텔 룸 세일즈, 대형 할인점 유통 업무 등을 하면서 사업경력을 쌓았다.
이후 교육부 5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결혼, 맞벌이 주부가 됐지만 뛰어난 사업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평소 깔끔한 성격 탓에 뜨거운 물로 욕실, 화장실을 청소해왔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스팀청소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청소기를 만들겠다며 하도 여기저기 자문을 하고 다녀 ‘걸어다니는 민폐’라는 별명을 얻었고, 제품생산을 위해 정부자금을 빌리러 다니는 과정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 대표는 사업대박과 함께 2004년 벤처 대상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2005년엔 발명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 그간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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