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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軍모독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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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軍모독 사과하라"

입력
2006.12.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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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원로 70여명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국군과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하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군 원로들은 청와대의 대응을 보고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법정으로까지 비화할 전망이다.

군 원로들은 2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모임을 가진 뒤 채택한 성명서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일생을 바쳐 온 우리는 대통령이 우리 국민과 국군,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훼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가 주선한 이 모임에는 역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군 원로들은 성명서에서 “노 대통령은 국군의 총사령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 국민과 국군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70만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신성한 국토방위 의무를 폄하한 발언”이라고 규탄하고 “정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역대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취소하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를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은 “전시 작전권을 반대한 군 원로들을 매도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식견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이 든다”고 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다”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날 모임에는 참여정부에서 군 수뇌부를 지낸 김종환 전 합참의장과 남재준 전 육참총장도 동참,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성실히 군복무를 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심했다고 해서 군 원로들이 분노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靑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26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군 원로들은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이었다. 성우회 정책위의장인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은 “군 원로뿐 아니라 국군 전체를 폄훼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이후로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직 국방장관 협의회 김성은 회장의 모두발언에 이어 성명서 조율을 위한 비공개 토론,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된 이날 모임은 노 대통령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김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한 군 원로를 매도했다”며 “성탄절에 평온하게 지내려고 했던 우리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고 모이게 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독재정권에 몸담았다고 운운하지만 우리는 나라를 지켰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다해 싸웠다”며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자기네들이지 여기 모인 우리는 떡사먹고 거들먹거린 적이 없다”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김진호 전 합참의장은 “청와대 안보 보좌진이 엉터리여서 대통령이 제대로 된 안보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성명서도 노 대통령 발언을 겨냥,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국민의 신성한 병역의무를 모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나라의 위중한 안보현실을 오도”한 것으로 규정했다. 국방장관들의 직무유기와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는 “우리들의 구국의 일념을 폄훼하고 마치 국방비를 헛되게 낭비한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데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20여분 간의 성명서 조율과정에서는 최종 발표된 성명서보다 강한 표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회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었지만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항하는 좋지않은 모양새로 비쳐질 수도 있어 표현의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군 수뇌부를 지낸 인사들도 소신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행동에 나선 이유를 묻자 “군인은 군과 국가에 복무하는 것이지 어느 정당이나 정부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이기느냐 지느냐가 문제지 단독작전이냐 아니냐가 문제는 아니다”며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확고히 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해야 하는 억제력 때문에 전시 작전권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참여정부 맨' 김종환 前 합참의장은

26일 군 원로 회동에는 참여정부에 몸 담았던 김종환(60) 전 합참의장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의장은 김장수 국방장관 발탁 당시 함께 후보자로 거론됐던 참여정부 군부의 핵심인사였다. 그는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 대해) 국민들이 느낀 것과 똑같이 생각한다” 며 거침없이 말했다.

_참여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지냈는데 (참석이) 부담스럽지 않나.

“그렇지 않다. 원로들은 성실하고 묵묵히 군복무를 잘 하고 있는 장병들에 대한 대통령 말씀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해서 많은 분노를 느낀 것 같다. 그런 원로들 모임에 동참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됐다”

_대통령은 군 원로들의 직무유기까지 거론했는데.

“직무유기를 했으면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결코 아니다”

_대통령의 표현이 거칠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분은 어떻게 느꼈나. 모든 국민이 느낀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_참여정부에 몸담았던 군 수뇌부로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느낌은.

“그 동안 대통령에게 최소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말을 많이 아껴왔다”

-대통령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나.

“내 시각이나 성우회 군 원로들이 보는 시각은 똑같다고 봐야 한다”

_의장 재직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추진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퇴임 이후부터 본격 추진됐다”

_현재 전시 작전권 추진에 문제는 없나.

“전시 작전권 환수문제는 근본적인 목표가 연합사령사부령 해체로 귀결된다. 그게 큰 문제다. 언젠가는 스스로 행사할 시기가 오겠지만 아직은 북한 핵문제, (남침) 위협 등을 고려할 때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국방력를 강화해야 한다”

_성우회 차원의 추가 행동이 있으면 참여할 것인가.

“그렇게 할 것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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