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최근 완화되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리스크(위험) 요인의 사전관리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높게 제기돼 정부의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대내외 여건은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으나,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불안요소를 적시에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정치일정 등과 맞물려 위기가 엄습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물론, 사회 각 부문도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방만한 주택담보대출로 초래된 가계부채 급증이다. 가계의 금융권 채무는 올들어서만 40조원 이상 늘어 현재 56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며 이중 60% 가까운 32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거나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가계의 상환능력은 치명타를 맞게 되고, 이는 금융권의 부실로 연결돼 또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 국내 경제ㆍ경영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전경련 설문조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가 한결같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이들 조사와 보고서는 금융위기 경고와 함께 부동산시장 불안, 대선국면의 혼란, 환율 널뛰기, 고용시장 위축, 북핵 리스크 등을 내년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로 꼽으며 치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출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발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어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을 내년 초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문제는 말처럼 잘 관리하기엔 정치ㆍ사회적 상황이 너무 불확실한 점이다. 이미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이해가 선심공세나 발목잡기로 이어지고, 노동계 등 이익집단의 제몫찾기 경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북핵 문제 등으로 비롯된 한반도 주변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점치기 어렵다. 정책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예상되는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역동성을 상실한 우리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주체가 이 점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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