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인생’ 양용은(34ㆍ게이지디자인)에게 2006년 11월12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양용은은 이날 중국 상하이의 시샨인터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시즌 개막전 HSBC챔피언스에서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도 아니고 격이 한수 아래인 유러피언투어였지만 양용은의 우승이 값진 이유는 메이저대회 못지 않은 출전 선수들의 화려한 면면 때문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세계무대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양용은에 2타 뒤진 2위에 머물렀고, 세계랭킹 2위 짐 퓨릭, 6위 레티프 구센 등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10명이 모두 양용은 우승의 들러리를 섰다.
양용은이 ‘강호킬러’와 ‘호랑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동시에 얻으며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떠 오르는 순간이었다. 양용은은 이 대회 제패로 우승 상금 83만달러와 소속사의 보너스 등을 합쳐 모두 120여만달러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대박을 터트렸다.
뿐만 아니라 이 대회 직후 세계랭킹이 77위에서 30위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로써 양용은은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는 물론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와 PGA투어 일반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특히 양용은은 가난과 고통을 이긴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양용은은 평소 스스로를 ‘골프 검정고시생’이라고 말한다. 가난해서 그만큼 어렵게 골프를 했다는 뜻이다. 제주 출신의 양용은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제대로 레슨을 받지도 못했다. 생계수단으로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게 골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이후에도 경기 용인의 지하 단칸 월셋방에서 힘들게 생활했다.
96년 프로데뷔 이후 꼭 10년만에 비상의 발판을 마련한 양용은은 이제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를 꿈꾸고 있다. 최근 최경주(36ㆍ나이키골프)와 함께 내년도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은 양용은은 “내 골프인생에 있어 다시 없는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며 “겨울훈련을 충실히 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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