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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계] <5>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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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화계] <5> 영화

입력
2006.12.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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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外華內貧). 올해 한국 영화계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줬다. 2004년에 이어 1,000만 관객 동원 영화가 2편이나 나왔고, 15년만에 개봉작 100편을 돌파했다. 어둠은 더 짙었다. 제작비를 건진 영화는 채 20%도 되지 않았다. 1월26일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 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이면서 위기 의식은 더 커졌다. 화제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 충무로의 풍경들을 살펴보자.

<왕의 남자> -스크린쿼터 축소 찬반 대립

새해 벽두 충무로는 <왕의 남자> 돌풍으로 들썩였다. 2005년 12월29일 개봉한 <왕의 남자> 는 이렇다 할 톱 스타가 출연하지 않았으나 날이 더할수록 관객이 늘어나는 이변을 보여줬다. 조선시대 연산군과 궁중 광대들의 이야기를 필름에 각인한 내용은 전 연령대를 사로잡았고 ‘왕남 폐인’까지 양산했다. <왕의 남자> 는 1,230만명이 찾아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왕의 남자> 의 깜짝 성공은 스크린쿼터 축소 찬반 논란에 불을 질렀다. 정부는 <왕의 남자> 를 한국영화 경쟁력 강화 사례로 들면서 쿼터 축소를 정당화 했다. 반면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있었기에 <왕의 남자> 와 같은 영화의 탄생이 가능했다며 반발했다.

<괴물> -1,300만명 화려한 기록… 스크린 독과점 논란

9월2일 <왕의 남자> 를 누르고 흥행 1위에 올라선 <괴물> (1,301만9,740명)이 집어삼킨 기록은 많고 화려하다. 개봉일 최다 관객(44만9,996명), 1일 최다 관객(79만2,762명),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달성(21일) 등이 <괴물> 이 쏟아낸 신기록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괴물> 의 역대 최다 스크린 개봉(620개)은 스크린 독과점과 영화 상영의 다양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이 저예산 영화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논쟁은 확산됐다. 결국 스크린 독과점 규제 논의는 국회의 입법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상영관수 제한’을 명기한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메종 드 히미코> -일본영화가 보여준 '작은 영화의 살길'

영화 상영의 다양성 논란 속에 일본영화가 선도한 ‘소수 극장 개봉, 장기 상영’전략이 돋보였다. <메종 드 히미코> 는 단 4개관에서 개봉했으나 주연 배우 오다기리 조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인기에 힘입어 9만명을 동원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작은 일본영화의 성공은 저예산 한국영화의 개봉과 흥행에도 도움을 주었다. 2년 동안 개봉이 미뤄졌던 배창호 감독의 <길> 과 국내 상영이 불투명했던 김기덕 감독의 <시간> 이 소수 스크린 개봉 방식을 따라 겨우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무녀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와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의 악전고투를 담아낸 <비상> 도 2만명이 넘게 보는 호성적을 거뒀다.

<후회하지 않아> -퀴어영화 붐

동성애를 다룬 퀴어영화가 유난히 화제를 모은 한해이기도 했다. 동성애 요소를 도입한 <왕의 남자> 는 ‘예쁜 남자’ 이준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브로크백 마운틴> 은 퀴어영화의 흥행바람을 이어 받았다.

<후회하지 않아> 는 한국 동성애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정통 멜로물의 외피를 두르고 노골적인 성 묘사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남녀관계와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웅변했다. <후회하지 않아> 는 저예산 영화로는 유례가 없는 4만 관객이 관람했다. <후회하지 않아> 의 흥행 성공은 <굿바이 데이> 등 퀴어영화의 제작 열기로 이어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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