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미 민주당의 예비후보 중 힐러리 클린턴(뉴욕)ㆍ배럭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이 초반 분위기를 압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들이 민주당의 필승카드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까지는 2년이나 남았는데도 힐러리, 오바마 두 의원이 대중적 지명도, 정치자금 모금력, 군중 동원력 등에서 단연 앞서 나가자 민주당내 몇몇 다른 주자들이 일찌감치 꿈을 접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들의 위세에 눌려 대권도전 포기를 선언한 인사는 현재까지 에반 베이(인디애나)ㆍ러셀 페인골드(위스콘신) 상원의원, 마크 워너 전 버지니아 주지사 등 3명이다. 이 중 베이 의원의 좌절은 최근 오바마 의원이 뉴햄프셔주를 방문했을 때 군중을 몰고 다니면서 보여준 ‘스타 파워’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베이 의원은 자신이 비슷한 시기에 뉴햄프셔주를 찾았을 때와는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힐러리 의원과 첫 흑인 상원의원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의 도약을 저울질하고 있는 오바마 의원의 강점은 미디어를 장악하는 능력과 자금모금력에 있다. 이들은 각종 케이블TV와 인터넷 공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각광을 받고 있고 민주당의 전통적 돈줄을 잠식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모금에도 수완을 보여 다른 주자들의 몫을 크게 줄여 버렸다. 특히 여론 지지도 1위인 힐러리 의원의 뒤를 이어 오바마 의원이 급속히 부상하자 힐러리 의원과의 경쟁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을 부각시키려 했던 여타 주자들은 오바마 의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의욕을 상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원들은 여성 또는 흑인을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그들의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들이 당내 후보 경선에서 경합하더라도 패자가 부통령 후보가 돼 서로 연합한다면 공화당의 어떤 후보도 제압할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힐러리 의원 진영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힐러리ㆍ오바마 두 의원이 실제로 경선 의사를 밝히고 검증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반론이 없지 않다. 특히 오바마 의원과 관련해선 경륜 부족과 함께 흑인이라는 것이 결국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힐러리 의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따라 다닌다. 조지프 바이든(델러웨어), 크리스토퍼 도드(코네티컷), 전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데니스 쿠시니치(오하이오) 하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톰 빌색 아이오와 주지사, 전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이 여전히 경선준비에 부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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