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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다음 카드는?

입력
2006.12.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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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통 발언을 시작으로 고건 전 총리와 직접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다음 카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의‘고건 불가론’은 대선을 앞둔 여권의 재편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한 전직 국방장관 등을 “별이나 달고 거들먹거린다”며 비난하는 등 보수세력과도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승부사를 자처해온 노 대통령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민감한 이슈를 꺼냈을 때 파장은 물론 다음 수순을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집권 5년차인 내년에도 정치적으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뜻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대선정국 등 외부 변수에 주눅들지 않고 어느 누구와의 힘 겨루기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읽힌다. 지기 싫어하는 노 대통령의 개인 스타일도 있지만 정치적 주도권을 놓치면 임기말 식물대통령으로 밀려날 지 모른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여당의 다수 의원들이 추진하는 통합신당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우리당의 정계개편 움직임이나 여권의 대선주자 만들기가 자신의 구상과 다를 경우 서슴없이 개입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내년 5월을 전후해 대통령직 중도 사퇴 카드를 내세워 대선ㆍ총선을 함께 치르는 개헌이나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주연’을 자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에서도 노 대통령의 ‘마이 웨이’가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가 22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군복무 단축 계획을 흘린 게 한 예다. 과거에는 여당이나 여권의 대선주자가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주무 부처도 아닌 청와대가, 그것도 내년 6월에나 나올 사안을 미리 공개했다. 정치 뿐 아니라 정책도 분명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계산대로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원하는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고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민주평통 연설이 그랬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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