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ㆍ일 월드컵의 감동이 새 고액권 화폐의 도안으로 되살아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4일 “고액권 발행에 대비해 새 화폐의 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2002월드컵의 감동을 형상화하는 안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1973년 이후 30여년 만에 새 고액권 발행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최근 새 10만원 권과 5만원 권에 들어갈 도안의 주인공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체로 과거 한은이 검토했던 안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10만원 권에는 백범 김구, 5만원 권에는 신사임당이나 조선초기 과학자 장영실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인물을 도안으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해 최종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합의가 쉬운 2002월드컵 형상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2월드컵을 형상화하자는 의견은 올들어 화폐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한은 발권국이 새 진용을 갖추면서부터 진지하게 검토돼 왔다. 한은 관계자는 “근ㆍ현대사를 통틀어 2002월드컵만큼 전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떨친 순간을 찾기 어렵다”며 “이 순간을 상징화할 수 있는 적절한 도안에 대해 여론 수렴이 이뤄진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행사를 화폐 도안의 소재로 삼는 것이 엉뚱한 발상만은 아니다. 대만은 2001년 세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기념해 현행 500 대만달러(NT달러ㆍ한화 약 1만4,000원으로 대만 두 번째 고액권ㆍ사진)에 대표 선수들이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는 모습을 집어 넣고 있다.
이 관계자는 “새 고액권에 대표단의 모습이나 시청 앞 광장에서 환호하는 응원단 모습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화폐 도안은 특정인의 모습을 세밀하게 넣는 것이 위조방지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제스처나 선수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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