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가 성과없이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6자 회담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다음 회담이 언제 열릴는지, 또 어떤 조건이 되어야 열릴 지 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회담이 지난해 11월 회담과 마찬가지로 ‘가장 빠른 기회에(at the earliest opportunity)’속개하기로 애매하게 규정해 논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실제 이번 베이징 회담이 열리기까지 13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베이징 회담은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요구보다는 중국측 주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가 어렵게 회담재개에 합의한 만큼 협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내에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는 북미 양측의 여건이 설익은 상태에서 열린 6자 회담은 오히려 북핵 협상의 불확실성만 키운 셈이됐다. 특히 미국 내에서 6자회담 무용론과 북한의 핵폐기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등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현재로선 미 부시 행정부의 실망감의 정도가 차기회담 재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즉 북한 핵 폐기의 진전을 확신할 수 없는 이상 회담도 없다는 쪽으로 미국이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2일 회담 휴회 뒤 “수주 내 재개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협상 실패에 따른 비관적 전망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핵 협상의 진전을 위한 여건 조성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로 금융제재 우선해결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제 2차 BDA(방코델타아시아) 북미 실무그룹 회의는 1월 22~27일 사이 뉴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DA문제를 보는 북미의 시각차가 워낙 커 차기 회담 역시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북측은 이를 대북적대시 정책의 산물, 즉 정치적 문제로 보는 반면, 미측은 국가안위를 흔드는 법적 문제로 보고 북측이 위조지폐 제조 등 불법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법ㆍ제도정비 등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며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기 대문이다.
BDA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핵 협상의 공전이 불가피하고, 북측의 핵 이전만 방지하면 되는 미국이 회담 재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회담 재개시기는 수주 보다는 수개월이 될 공산이 훨씬 커 보인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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