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방안이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및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시범실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쟁점으로 부상했던 분양원가 공개 방안은 당정간 이견으로 일단 유보됐다.
하지만 이들 방안들에 대해 주택건설업계와 시민단체가 이해관계에 따라 적지않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여당과 야당, 당정간에도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자칫 산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장 입법 과정에서 여야간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당정은 22일 합의에서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분양 제도를 동시에 시범 실시한다고 명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환매조건부 적용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출한 토지임대부 분양 법안과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낸 환매조건부 분양 법안이 국회에 동시 상정되고 여당이 환매조건부를 ‘편애’할 경우 여야간 충돌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일부 반대 움직임이 있는 만큼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제도의 현실성과 재정 부담 문제가 다시 한번 논란이 될 수 있다.
건설업체들의 반발도 입법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 건설업체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소식이 전해지자 ‘전가의 보도’인 공급위축 우려문제를 또 다시 들고 나왔다. 민간 업체들의 의욕을 위축시켜 공급물량이 급감하고, 이는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중소형 업체들의 경우 채산성 문제로 사업을 보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 제공 등 당근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생존권’을 내세운 건설업체들의 입법 저지 움직임도 확산될 전망이다.
민간아파트 원가공개 문제도 뜨거운 쟁점이다. 민관합동의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주 민간아파트에 대한 원가공개를 사실상 ‘없던 일’로 되돌렸다. 정부도 이에 편승,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를 밀어 부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 9월 원가공개 확대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던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뒤집는 것이어서 ‘말바꾸기’비난을 받을 소지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애초부터 원가공개 의지가 없었던 정부가 ‘들러리 위원회’를 내세워 대통령과 국민의 원가공개 의지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여당이 분양가개선위 및 정부 의견을 반대할 경우 분양원가 공개방안이 장기 표류하면서 부동산 정책 시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밖에 ▦ 이번 당정합의가 근본적으로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 ‘환매조건부 분양 = 장기임대 주택’이라는 인식이 퍼질 경우 실수요자의 외면 가능성 ▦ 급증하는 재정 지출에 대한 부담도 정책 시행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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