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가 직업교육 기관의 중심으로 자리 매김하려면 수업연한과 학제가 완전 자율화돼야 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한숭동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대덕대 학장)은 정부가 수업연한 등을 규제하고 있는 한 전문대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수업연한 및 학제 자율화= 전문대가 살 길’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그는 수업연한 등의 자율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간호학과 등 일부 학과를 빼곤 전문대를 모두 2년제로 해놓는 바람에 나타나는 병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가령 스킨케어과 등은 굳이 2년을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1년 정도의 단기 집중 과정의 실습에 치중하면 충분히 훌륭한 직업인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건축과나 게임과 등은 4년은 배워야 할 만큼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명분’만 고집하고 있어요. 풀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한 회장은 또 정부가 주도하는 전문대 학과 평가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전문대 ‘고객’이 산업체나 기업인 만큼 이들이 평가하는게 맞다는 것이다. “전문대 졸업생들을 쓰는 곳에서 관련 학과를 평가해야 미비점을 정확히 발견하고 고칠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전문대 학과를 평가할 이유가 없지요. 인력과 예산만 낭비할 뿐입니다.” 이와 관련, 그는 산업체나 기업체가 전문대를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는 ‘직업교육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는 4년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이 많은 전문대 특성상 학자금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ㆍ하위권 학생에게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대생들은 대부분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무이자나 연 2~3%의 저리로 학자금을 융자하는게 필요합니다.”
6년째 대덕대 학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전문대 졸업생에게도 학사학위를 주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생들이 졸업 후 학사학위 취득 자체에 매달려 다시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전문대에 기술학사 제도가 필요하며, 다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 정부 기관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별적으로 수여해야 학위 남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특히 자신이 맡고 있는 대학에서 내년부터는 교수들의 ‘수업 내실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교수들이 본연의 임무인 ‘강의’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강의를 빼먹으면서 학기중에 고교를 방문하는 등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한 회장은 “입학 관련 업무 전담 직원을 외부에서 채용하면 ‘강의 부실’ 시비는 말끔히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교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하는 학생들에게도 전문대 문호를 개방토록 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한 회장은 “교육부 국방부 등과 협의해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도 군에서 영어나 교양 분야 소정의 학점을 따면 전문대 진학시 우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