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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연금과 교사들의 명퇴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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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연금과 교사들의 명퇴 러시

입력
2006.12.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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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비해 명예퇴직 신청 교사가 무려 4배 이상 늘었다. 명퇴 러시는 공무원연금개혁이 도화선이 되었고, "덜 받기 전에 떠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학부모인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천직인 교단을 연금 몇 푼 때문에 쉽게 버리느냐고 씁쓸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생활인인 바, 이들의 계산 어린 행동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나 사학연금과 달리, 대다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아직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은 대다수 일반 국민에게 연금이 인생설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제도가 성숙한 공무원과 사학연금 대상자에게 있어 연금은 인생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변수이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공공성의 유지이지만, 내심 공무원연금 수혜 자격 박탈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는 더하다. 근로의 지속 여부는 자신의 건강이나 회사의 필요보다는 연금 수급권을 획득할 수 있는 시점에 따라 좌우된다. 일을 계속하면 수입이 있는 만큼 연금액이 줄거나 아예 받지 못하게 되므로, 일 대신 연금에 의지해 사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금에 의지하는 사람이 늘면 후세대와 정부의 재정부담은 가중된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연금제도가 성숙하면 조기퇴직, 노동이동성 제약 등 노동시장에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에서 매우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거대한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고,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급부수준과 수급권 규정이 있는 상태에서 경제통합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연합(EU)에서는 전통적인 확정급여방식(DB)의 연금 비중을 줄이고, 대신 확정기여방식(DC)의 연금제도를 확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미 DC형 연금제도로 전환하였고, 독일도 DB형은 축소하고 대신 DC형 비중을 늘리는 개혁을 진행중이다.

DC형 연금제도는 개인연금저축과 동일한 원리로 운영되므로 자신이 근로 기간 중 축적한 연금자산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DB형에서처럼 보장된 급여를 받기 위해 은퇴를 앞당기지 않고, DC형 연금제도하에서는 근로를 지속하여 연금자산을 늘이는 동기가 부여된다.

그만큼 후세대의 부담도 경감된다. 다른 나라로 직장을 옮기거나 회사가 인수합병이 되더라도, 그동안 모은 자신의 연금자산을 옮기고, 새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내면 그만이다. 나라마다 혹은 회사마다 다른 기준에 의해 급부수준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금자산과 잔여 여명이라는 동일한 기준에 의해 연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연금 때문에 민영화나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이제 우리도 도입 20년이 되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연금은 노동시장에서의 개인의 선택과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복지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전통적인 확정급여(DB)형 대신 확정기여(DC)방식을 도입하여 노동시장의 왜곡을 줄이고 후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안기지 않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많은 유럽국가들처럼 후회하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쳐 놓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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