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나바위 성당. 우리나라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중국서 서품을 받고 첫 발을 내디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다. 1897년 순수한옥 목조건물로 지어진 후 증축을 거듭하면서 한ㆍ양 절충의 독특한 형식미를 갖추게 되었다. 건립 당시의 국내 풍속에 따라 남녀 좌석을 칸막이로 나누었고 출입구도 달리했다.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시대적 특징을 함께 품고 있는 건축물인 셈이다.
신을 향한 열정은 같더라도,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지극한 신앙심의 구체적 표현인 성당의 건축양식과 이용 형태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각기 모습을 달리한다.
성당을 들여다보면 당대 권력자와 성직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고 시대 정신을 공감할 수 있다. 25일 오전 9시 50분 KBS1이 방영하는 성탄특집 <세계의 성당을 가다> 는 이런 드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 세계 각지의 유명 성당들을 둘러보고 각각에 스민 역사적 의미와 지역성, 특징을 들춰본다. 세계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박해로 가톨릭 신자들이 대거 순교한 곳에 세워진 일본의 오우라 성당은 가톨릭의 일본 포교 역사와 고통의 시간을 응축한다. 베트남 호치민의 노트르담 사원은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본떠 만든 건축물.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현실과 베트남인의 종교관이 용해된 곳이다.
가톨릭 역사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산마르코 성당과 세비야 성당도 찾았다. 비잔틱 건축 양식의 상징인 산마르코 성당과 유럽 최대로 손꼽히는 세비야 성당은 유럽의 문화적 자존심과 종교 미학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와 에콰도르의 성당에서는 스페인의 침략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아즈텍 문명의 흔적을 추적한다.
러시아와 동유럽의 주류 종교이지만 국내에는 너무나 생소한 동방 정교회 성당의 모습도 담았다. 정교회의 역사적 뿌리와 가톨릭, 개신교와의 차이점을 살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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