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국산차를 넘어섰다.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올들어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설마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을 ‘3,000㏄이상 최고급 승용차 시장의 매출액’이라는 기준에 맞춰 계산하면, 도저히 믿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엄연한 사실이 되고 있다. 요컨대 상류층을 겨냥한 초대형차 시장의 주도권이 2006년을 고비로 외국계 우위로 넘어간 셈이다.
24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배기량 3,000㏄ 이상의 최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9,072대)보다 39.8% 증가한 1만2,211대로 집계됐다.
KAMA는 또 최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로는 판매량이 1만4,000대에 육박하고 점유율은 31.3%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10대 중 3대 이상 팔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수입차의 물량기준 점유율이 30%를 넘어섬에 따라 매출액 기준 점유율에서 국산차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고급 승용차의 경우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격이 국산의 2.5배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 에쿠스(JS330 모델)의 가격은 5,400만원 내외이다. 반면 3,000㏄ 이상 수입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최소 대당 1억2,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과 수입차의 평균 가격을 각각 5,400만원과 1억2,00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판매 대수 기준 점유율이 31%를 넘어서면서 수입차가 매출액 점유율에서 국산차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그 동안 상류층 시장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며 “그 시기가 예상보다 조금 빨리 다가온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대당 가격이 1억3,000만원인 토요타 렉서스 LS460이 328대나 팔려, 중형과 소형차를 제치고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이는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면서 상류층의 자동차 소비가 고가 수입차로 이동 중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와 쌍용자동차 등은 대형차 시장 수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대차의 경우 수입차의 강력한 공세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에쿠스 후속으로 BH(프로젝트명)를 개발, 내년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생산라인 확보 문제로 이를 2008년으로 연기했다.
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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