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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부문 - '들풀들이…' 홍순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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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부문 - '들풀들이…' 홍순명씨

입력
2006.12.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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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속에 담긴 지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파"

“심청전, 흥부전, 춘향전 등 옛이야기 대부분은 오랜 동안 조금씩 고쳐져 온 것들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심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쳐온 것이지요.”

홍순명(69) 씨의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이야기> (1~3권)는 그 옛이야기들의 이 시대 버전이다. 관용을 이야기하는 <불운한 혁명아, 홍길동> , 백성 속으로 뛰어드는 <조선의 브나로드, 이몽룡> , 벼슬보다 재산보다 학식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귀하게 아는 <선녀와 나무꾼> ….

23살이던 1960년부터 2002년 정년 때까지, 또 그 이후 대안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사를 지낸 그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싶은 한국인의 귀한 심성,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쓰고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정년과 함께 계간 교지 <풀무> 와 <지역과 학교> 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은 것이다.

“옛 이야기 속에는 겨레의 심성과 가치관의 원형이 담겨있잖아요.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받으며 낡은 것으로 취급되도록 방치할 순 없죠.” 그의 이야기는 그 원형에서 긍정적인 가치들을 돋우고 부정적인 것들을 낮춘 ‘현재의 이야기’이고, ‘미래의 이야기’이다. 달리 말해, 가난한 나무꾼을 선택하는 선녀의 가치관처럼, 이상론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도 “이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린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오늘의 경쟁 현실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공존, 양극화, 전쟁의 위협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잖아요.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소명 또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제고요.” 그는 다양한 가치가 이야기되는 사회, 특히 내일의 가치가 될 수 있는 지금 소수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끝에 농촌 이야기도 꺼냈다. “아름다운 삶의 고향인 농촌이 도태의 위기를 맞고 있지요. 이는 우리 농업이 지닌 다면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예의 나직한 음성으로 자신과 이 책을 끊임없이 낮췄다. “시골 학생들과 오순도순 마주앉아 이야기하듯 쓴 서툰 글”이라고도 했지만, 심사위원들은 “한 생을 땅과 함께 살며 생명의 가치를 몸소 일궈온 이라야 쓸 수 있는 귀한 글”이라고 상찬했다.

[심사평] '고전의 재창조' 소중한 성과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1~3> 은 우리 민족의 고전을 오늘의 시각으로 되살리는 소중한 시도와 성과다. 예전의 고전을 단지 복원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역사관과 가치관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작품 역시 완전히 다르게 재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정한 온고지신의 경지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귀감이다. 실제로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우리 고전을 살아있는 우리 시대의 교과서로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평생 동안 교육 현장에서 바람직한 교육을 펼쳐오고자 노력해 오신 훌륭한 교육자의 지혜와 철학, 그리고 우리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홍순명 씨의 책이 청소년들에게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자신의 현재와 미래까지 풍요롭고 알차게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으로서 감히, 그러나 매우 기쁘게 청소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끝으로, 올해 나온 제3권이 민요와 마당극까지 범위를 넓혀 다루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선생님의 작업이 계속되어 더욱 훌륭한 결실로 맺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허병두(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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