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쏟아낸 거친 언사들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국민을 대표하고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이 국가 공식 회의 석상에서 시정에서도 흔히 듣기 쉽지 않은 속된 막말들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것을 국민은 폭력을 당하듯이 보고 들어야 했다.
그의 생각과 정서는 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 짐작해 보는 일도 어려울 지경이다. 주먹을 쥐고 흔드는 등의 제스처와 어투들은 또 얼마나 경박해 보였던가. 국가의 최고지도자에게서 품격과 권위, 상식과 금도를 기대하기를 포기해야 하는 우리는 답답하고 참담하다.
노 대통령은 고건씨의 총리 기용에 대해 고 전 총리를 원망하며 "실패한 인사"라고 했고, 정동영 김근태 장관 기용에 대해서도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고 자평했다. 이 인사들은 자화자찬을 곁들여 가며 대통령 자신이 했던 중요 인사였으나 이제 기묘한 어법으로 비난을 되돌리고 있다.
그럼으로써 신당과 대선 정국에 대통령이 반대편에서 직접 개입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데, 이런 입장이 앞으로 어디까지 구체화돼 나올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과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위험하고 모욕적인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고 하는 게 자주 국가의 국민안보 의식일 수 있느냐"고, "미 2사단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라고 국민과 나라를 훈계하며 모독했다.
안보문제를 두고 국론분열 현상과 논쟁들이 벌어진 것은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정상적 생각을 대통령에게서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일들을 저주하는 듯 하고 있으니 그는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군 원로들을 향해 "거들먹거렸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인신공격까지 가한 것은 군 통수권자가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최고 외교 책임자로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유한 것은 또 어찌 된 일인가.
지금 대통령과 국민 중 훈계와 원망은 누가 하고, 누가 들어야 하는 것인지는 10%대라는 처참한 그의 지지율이 말해 준다. 노 대통령은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게 정치"라고 했지만 그가 판판이 깨진 것은 잘못된 소신으로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냐"고 세상을 힐난하고 여론을 조롱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4년 만에 왜 홀로 고립된 처지가 됐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그리고 이 말, "흔들어라 이거지.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들어 온 놈"은 정말이지 안 들은 것으로 하고 싶다. 대통령은 평상심을 잃었다. 빗나간 분노와 좌절, 울분에 가득 차 남은 1년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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