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너무 나간것 아니냐" 우려국민들, 폄하·비외교적 발언에 당혹… 반성·책임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격정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쏟아놓은 데 대해 “대통령이 절제하지 못하고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공식회의 석상에서 직설적이고 격한 표현들이 여과 없이 나온 점을 들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말하면서 이렇게까지 막 나가도 되느냐”는 얘기들이 나올 정도다.
우선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자기 반성과 책임 의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공식회의 석상에 일국의 대통령이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은 비속어가 격한 감정과 함께 묻어난 점은 이 같은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언론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해 일부 대선주자들, 전직 국방장관과 예비역 장성들, 보수 진영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뿐이고 때로는 국민들의 수준까지 문제 삼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 본인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나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선의를 갖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개혁을 꾸준히 추진했고 나름의 성과를 냈는데 의도를 가진 세력에 의해 공격을 받아왔다는 식의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노 대통령은 연설 전반부에 “신문 보고 나가서 참모들하고 대화를 하면 자꾸 엇나간다”며 언론이 구미에 맞는 내용만 쓰거나 경중을 왜곡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미국 2사단의 후방 배치, 미군기지 반환 등 민감한 안보 현안에 있어선 전직 국방장관과 예비역 장성, 보수진영에 대해 아예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 대통령 본인도 2002년 대선 국면에서 심각한 보혁 갈등을 경험하고 나서 고 전 총리를 기용했다면서, 정작 현안 문제에선 보수진영의 주장 전부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시어머니가 앉아서 며느리 밥상 차려오는데 잔소리 하려면 잔소리할 거리가 없겠느냐”는 대목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 대선주자들에 대해 “실패한 인사”, “링컨 대통령의 포용인사와 비슷하게 하고 욕만 먹는다”고 했다. 대선 개입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해명할 뿐이다.
6자회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비(非)외교적 어법을 사용한 점도 적절치 못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에 대해 “국무부가 재무부의 조치를 몰랐을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유한 것이 단적인 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에 나온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군을 비하하고 자극하는 듯한 발언들도 문제다. 청와대측의 사후 설명대로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복무 기간 감축을 준비 중이라면 그게 핵심이어야 했다. “군대 가서 몇 년씩 썩는다”는 식의 표현은 진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노 대통령 특유의 화법인 듯하다.
때대로 국민 일반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도 당혹스러운 표현들이다. “정부가 안보 안보하고 나팔을 계속 불어야 안심이 되는 국민의식”“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바짓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의 안보 의식일 수 있겠냐”는 등의 발언은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조용한 안보와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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