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beanie)가 겨울철 최고의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잡았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을부터 멋 좀 낸다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폭 넓은 팬을 확보하더니 겨울 들어서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비니는 두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게 뒤집어 쓰는 형태. ‘베컴 모자’ 혹은 착용한 모양이 바느질 할 때 손가락에 끼는 골무 같다 해서 ‘골무 모자’라고도 불린다.
온라인마켓 옥션(www.auction.co.kr)에 따르면 비니는 12월 들어 지난 달 대비 31% 매출이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2,000여 개가 판매되고 있다. 구매자 성비도 남녀 비율이 2:1로 여성 구매자의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여성 캐주얼 코데즈컴바인 마케팅실 안선주 팀장은 “비니의 도시적이고 간결한 이미지가 최근 패션의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굵은 줄무늬를 넣어 색면분할 효과를 낸 것이나 단색류가 가장 많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민속풍의 노르딕 문양이나 꽃무늬, 방울 장식 등이 화려하게 든 털모자가 인기를 얻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
겨울철 필수 패션소품으로 뜨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일반형이 귓바퀴에 살짝 닿을 정도의 짧은 것이라면, 뒷부분에 다소 볼륨이 생기는 긴 비니, 비니와 야구모자를 합성한 듯한 느낌의 챙 달린 비니 등으로 자기복제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 특히 올해는 오래돼서 다소 헤진 듯한 느낌의 빈티지 비니와 납작한 두상을 가려주고 귀여운 맛이 더한 롱비니의 인기가 높다.
비니 바람을 타고 비니를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디어 상품도 출시돼 눈길을 끈다. 옥션 홍보실 박지영씨는 “머리에 착 달라붙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남성 중에는 ‘비니용 구레나룻 가발’을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귀띔한다. 머리가 너무 짧거나 구레나룻이 없을 경우 모자 차림이 썩 예뻐보이지 않기 때문에 옆머리 긴 가발을 이용한다는 것. 이 가발은 윗머리 부분은 망사로 돼있고 구레나룻 부분만 머리카락이 달린, 모자 안에 쓰도록 만들어놓은 형태다. 구레나룻 안쪽에 철심을 넣어 드라이나 왁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원하는 스타일대로 옆머리를 고정시킬 수 있다. 옥션에서는 하루 평균 1,000개가 팔린다.
비니는 두상에 꼭 맞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얼굴이 갸름하고 서구적인 스타일에 어울린다. 다만 얼굴이 둥글더라도 롱비니를 사용해 이마를 좀 더 가리면서 푹 눌러쓰거나, 짧은 커트머리의 옆과 뒷부분에 밖으로 컬을 넣어서 뻗친 듯한 느낌으로 연출하면 얼굴 형태와 상관없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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