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고요? 그런가 허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일 강원 철원군 모 군부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데 대한 이유를 묻자 그냥 웃기만 했다. 오히려 기자들에게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기자가 “아무래도 경제문제 관심사라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그래 맞아.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경제회복에 총력을 쏟아야 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 전 서울시장은 이날 평소처럼 오전 5시 기상해 러닝머신에 올라 30분간 땀을 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뛰는 동안 CNN방송을 틀어놓고 경제뉴스 등 관심 가는 보도가 나오면 집중한다.
조찬약속이 없으면 종로구 가회동 집에서 바로 안국동 사무실(안국포럼)로 향하지만 이날은 수행비서 및 보도진과 함께 전방으로 향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한 50대 여성이 다가오더니 “어머머 시장님 아냐?”하고는 반겨 악수를 청했다. 뒤 어어 일행이 몰려와 이 전 시장의 손을 붙잡고 “장사가 안돼 너무 힘들다” “대통령이 돼서 경제 좀 꼭 살려달라”고 주문했다. 이 전 시장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지만 고무된 표정이었다. 한 측근은 “최근 들어 부쩍 이 전 시장을 반겨 대하며 경제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라는 얘기다.
군 부대에 도착해서 간단한 현황보고를 받은 뒤 부대원들과 어울려 즉석에서 족구시합을 했다. 이 전 시장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참여했는데, 전혀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전 시장은 “육군 8사단 전방부대에서 근무한 내 아들도 처음에는 힘들다고 하다가 1년쯤 지나니까 군대 오길 잘했다는 편지를 보내오더라”며 “여러분도 국가와 자신을 위해 보람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다른 것은 많이 좋아졌는데 비좁은 숙소가 문제인 것을 알고 있다”며 “국가 경제가 좋아져 정부 재정이 튼튼해지면 더 좋은 환경에서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또 지지율에 관해 물었다. “지지율이 높아져 견제가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내가 특정종교를 탄압한다느니 재산과 병역에 의혹이 있다느니 근거 없는 악 소문이 나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답답한 노릇”이라며 “대한민국을 비전과 철학으로 이끄는 정책경쟁을 해야지, 구시대적 흑색선전이 되풀이돼서야 되겠느냐”고 약간 격양됐다.
오후 5시께 안국동 사무실로 돌아온 이 전 시장은 기다리고 있던 20여명의 내방객과 일일이 면담했다. 한 측근은 “지지율이 오르면서 방문자 수가 더 늘었다”며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의 저녁 약속은 3개가 잡혀있었다. 먼저 한 기독교 단체의 송년모임에 참석한 뒤 다른 장소에서의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또 자리를 옮겨 다른 지인들과 차를 마시는 식이었다.
강행군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 시각은 밤 11시30분. 그러나 그는 차에서 내리면서 수행비서에게 뭘 달라고 하더니 두툼한 서류봉투를 건네 받는다. “아까 낮에 생각났던 건데 뭐 좀 볼게 있어서…”라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 전 시장의 안방 불은 이날도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꺼졌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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