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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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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나기

입력
2006.12.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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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경기도에 있는 한 테마동물원이 운영난으로 수용 동물 보호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기사를 봤다. 난방도 제대로 못해주는 모양이었다. 침팬지들이 우리 안에서 추운 얼굴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그걸 보는 순간 '쿡!' 웃음이 터졌다.

그게 웃을 일이야? 불쌍한 침팬지들, 영문도 모르는 채 얼마나 추울까! '빚을 내서라도' 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동물원 사람들이 무슨 수를 내야 하지 않을까?

시카고 근처 '촌구석'의 작은 동물원에 가봤다는 친구가 있다. 그곳 역시 찾는 사람이 적은지 한산했는데, 우리마다 동물을 소개하는 명판 옆에 알림판이 붙어 있더란다.

'제 엄마가 돼주세요'로 시작되는 기부 안내문이더라고. '이 사랑스런 동물을 당신이 먹여주세요.' 같은 문구도 있었다고. "정말 귀엽더라. 동물 '앵벌이'들을 보는 것 같았어" 깔깔대던 친구는 내가 "너는 어느 동물 기부자가 되고 싶었니?" 묻자 2초도 생각 않고 "여우!"라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친구 얼굴이 영락없는 여우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에 나오는 그 여우. 나는 신문에 난 침팬지들에게 땔감을 좀 보태주고 싶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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