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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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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져"

입력
2006.12.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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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1일 1시간 10분 동안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400명 가까운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북핵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얘기했지만 표현은 격렬하고 때로는 원색적이었다. 성과에 걸맞게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과 비판세력에 대한 적의에 가까운 반감이 격정적인 경상도 억양을 통해 그대로 표출됐다.

◇ 참여정부 평가와 소회

아내와 이틀에 한 번씩 말다툼한다. 저더러 아내가 신문을 보란다. 신문보고 나서 참모랑 대화하면 자꾸 엇나간다. (신문을 보면) 제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요즘은 늦더라도 보고를 받고 그 다음에 신문을 참고한다. 정책 일관성과 신뢰는 내가 가장 강조하던 원칙인데 계속 문제가 되니 부끄럽다. 그러나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 승복하지 않지만 아니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양심껏 소신껏 하라고 하는데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게 정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대로 갈수는 없다.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다르게 하겠다. 그게 단임 정신이다. 고향 친구, 학교 동창들이 표 찍으라고 했는데 지금 박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체면보다 더 큰 게 국가의 미래라고 생각해 그냥 그렇게 싸잡아 가기로 했다.

노무현이가 잘한다 못한다 말이 많다. 시어머니가 앉아서 며느리 밥상 차려 오는데 잔소리를 하려면 할 거리가 없겠느냐. 그냥 대강 봐서 그렇게 멍청한 것 같지는 않지 않느냐. 영 멍청하지 않으면 ‘기왕에 뽑았는데 국방 외교 안보 통일 이것 저한테 다 맡겨주라’라고 말 좀 해달라.

◇ 대북송금사건수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남북간 대화와 교류에 대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추세가 투명성과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였기 때문에 참여정부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수사를) 수용했다. 그 당시 어쩔 수 없었다

◇조용한 안보

북한이 함북 앞바다 어느쪽으로 미사일을 쐈는데 한국으로 그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 정치적, 안보적 정세가 장기적으로 총체적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지 그날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그날 전쟁 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라고 해야 하느냐.

왜 북 치고 장구 치고 국민한테 겁주지 않았느나며 나를 얼마나 구박을 주는지. 조용히 하자. 우리나라 안보는 그렇게 북치고 장구치고 요란 떨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을 지켜낼 수 있다.

◇ 김정일 관련

대통령후보가 됐을 때 패널들이 ‘김정일이란 사람이 합리적이냐’라고 할 때 ‘예’하면 그날로 박살난다. ‘아니오’ 해도 곤란하다. 이처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 정치문화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김정일에 대해) ‘저 사람 제 정신 맞아’(라고 묻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어떤 사람은 ‘설마 제 정신이겠지’, 어떤 사람은 ‘완전 돌았어’ 라고 그런다. 그래서 ‘멀쩡할 걸’ 이러면 박살 난다.

안보는 적절하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검증을 한다. 장관 지명해 국회 청문회 보내면 ‘6ㆍ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는다. 내가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지 않느냐, 참 억울하다. 저는 제 정신이다.

◇ 한미동맹

취임 초 (한반도에) 전쟁 없고 미국하고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는데 가장 확실한 증명이 이라크 파병이라 그렇게 했다. 미국이 2사단 후방 배치를 얘기하는데 정부에서도 인계철선을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분이 있어 ‘그 말 하지 마시오. 2사단 뒤로 물리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시비가 많이 붙었다. 20년 넘게 북한의 국방비 10배를 넘게 썼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는 어떻게 견디어 왔느냐.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

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고 하는 게 자주 국가의 국민 안보 의식일 수 있느냐. 미국이 호주머니에 손 넣고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 이럴 때 이 나라 대통령이 미국하고 당당하게 ‘그러지 마십시오’ 하든지 ‘예, 빼십시오’ 하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 ‘난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대통령 혼자서 어떻게 미국하고 대등한 대결을 할 수 있겠느냐.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거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자주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할 것 아니냐. 근데 미 2사단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에서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미국 공무원들과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겠느냐. 심리적 의존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그냥 (미군) 감군 좀 해도 괜찮다.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우리가 작전 통제할 만한 실력이 없느냐. 대한민국 군대들이 지금까지 뭐 했는가. 심심하면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고 했는데 그 위의 사람들은 뭐했어. 자기들 나라 군대 작전통제도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 작전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 성명 내고 직무유기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모든 것이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냐. 흔들어라 이거지. 흔들어라 난 데 없이 굴러 들어온 놈… 그렇게 됐다. 대한민국 군대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나쁘게 한 게 뭐가 있느냐.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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