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방송은 너무도 강한 자본의 힘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채널의 대명사인 케이블TV는 이미 미국의 프로그램들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프로그램 소비 행태를 보면 이미 우리는 지구상 어느곳보다도 코스모폴리탄니즘의 한복판에 있다.
어렵사리 구축해오고 있는 한류 역시 그 미래에 대해서 누구도 낙관적인 시각으로만 보기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게임 만화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가 시장과 결합되어 문화 글로벌화의 첨병이 되고 있다.
● 새 문화정책 패러다임 마련해야
방송통신 융합을 놓고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 그리고 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간에 자 기관의 입장 및 이해관계에 얽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문화 콘텐츠의 핵심이자 그 유통의 중심에 있는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의 급격한 기술적ㆍ산업적 변화는 어느 한 기관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대변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구도이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영상지원정책 부분에서 문화부와, 정통부는 콘텐츠 서비스와 통합적 규제 부분에서 방송위원회와, 또 디지털이라는 밉살스런 단어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영역에서 문화부와 정통부간의 갈등이 만만찮은 것 같다.
원칙은 분명하다. 문화적 정체성과 문화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는 문화정책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
문화 콘텐츠 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서는 문화 콘텐츠에 관한 한 강력한 지원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은 문화부를 중심으로 다수의 펀드를 운영하면서 방송 분야와 디지털 콘텐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문화 콘텐츠 부분에 지원이 집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문화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문화부 중심으로 정부부처간 협업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프랑스의 경우 외무부, 재정경제산업부가 문화부와 긴밀한 지원협력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 정부 부처간 협업모델 구축 시급
둘째, 기금 다양화 및 정부ㆍ민간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영국은 복권 수익을 통해 약 5개의 주요 기금을 단편영화ㆍ영화인교육ㆍ영국영화진흥원ㆍ지역영화센터 등에 배분 지원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8개 주요 기금이 문화부 산하 기관 CNC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뉴미디어시대에 적합한 멀티미디어 연구개발 지원체제의 수립은 부처간 영역을 떠나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전통적 영상산업에 지원을 집중하던 프랑스는 멀티미디어 제작지원 기금, 시청각 및 멀티미디어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기구를 운영하며 디지털 콘텐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국가처럼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훈ㆍ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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