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나간다니까요." "절대 안 나갑니다." "괜히 망신만 당할 텐데 나가면 안됩니다.""두고 봅시다. 누가 맞나."
요즘 서울대 교수들은 모였다 하면 '그 사람'의 대통령 선거 출마 이야기다. 정치권 동향과 그의 언행 등을 근거로 저마다 그럴듯한 논리를 들이대며 설전을 벌인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7월 평교수로 돌아간 그에게 여권은 '제3의 후보''영입 0순위' 등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별의별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정 교수와 만나려면 40일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정 교수의 반응도 오락가락이다. "교수 출신으로 거기(정치권) 간 분들 다 망해 오더라"며 일축하더니, 최근에는 "난 결단력 있는 사람이며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출마를 하든 않든 입장을 명확히 하든 말든 그건 정 교수의 자유다. 문제는 여의도의 부채질에 서울대까지 들썩인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에 관심 있는 교수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모습이다. 한 보직 교수는 "정 교수가 나가면 깃발을 들고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움직인다면 따르겠다"는 교수도 여럿이다.
정 교수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연구중심 대학과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 등을 강조한 총장 출신이다. 교수 사회가 자신의 거취에서 비롯된 엉뚱한 논란에 힘을 빼는 상황을 수수방관해서는 곤란하다. 여야의 유망 대선 주자들 캠프에 기웃거릴 교수들을 생각하면 더욱 어수선해질 게 뻔한 상황이다.
한 노 교수는 "출마할 테면 빨리 출마를 선언하고 정말 나설 뜻이 없다면 학교가 불출마 각서라도 받아 놓아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대선 놀음에 휘둘리고 있는 상아탑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부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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