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 등을 통해 가계대출을 억제한데 이어 총액한도대출 한도 축소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도 억제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제외하고 통화증가율 억제용으로 구사할 수 있는 웬만한 정책수단을 소나기식으로 총동원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위해 은행에 저리(2.75%)로 지원해 주는 총액한도대출을 현재 9조6,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 줄이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 총액한도대출의 한도 축소에 대한 안건이 내일 금통위에 상정될 예정이며, 구체적 한도나 금리는 금통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한도를 2조원 가량 줄이려고 하나 일부 금통위원들은 1조5,000원 내외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한은이 은행들로부터 2조원 가량을 추가로 흡수한다면 현재 25배 정도로 추산되는 통화승수를 감안할 때 시중유동성 흡수효과는 25조~50조원 가량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이 카드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늘어났고, 가계대출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에서도 은행들이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어 저리의 총액한도대출까지 줘가며 은행을 독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42조6,227억원으로 카드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36조원보다도 6조6,000억원 이상 많다. 최근 가계부채 발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만큼 중소기업 대출 역시 위험하다는 판단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통화량 증가세에 대한 한은의 고민도 숨어있다. 올들어 3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11월 이후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급준비율 인상, 시중은행 외화대출 공동검사, 외화대출 연계 통화스왑 거래확대 등 고강도 정책을 내놓았지만 2년 미만의 예금을 포함한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1월 들어 11% 가량 늘어 10월 10.1%보다 증가율이 더 커졌다.
하지만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2.1%로 한은 연간 물가목표를 밑돌고 있고, 내년 상반기 경기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섣불리 콜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결국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쳐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 급증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며 금융 위기감까지 부르게 됐다는 한은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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