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불을 질렀다. 그가 12ㆍ19 대선 승리 4주년 기념식에서 “원칙 없이 당을 깨자는 세력과 싸우겠다”고 말하자 신당파 의원들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사로잡힌 소영웅주의”라고 쏘아붙였다.
통합신당을 적극 추진하는 ‘국민의 길’ 소속 전병헌 의원은 20일 안씨를 향해 “낙관론에만 기대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며 “개인적 소영웅주의나 4년 전 승리에 도취해 근거 없는 낙관과 독선의 논리를 고집해선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당파의 한 초선의원도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명분 없이 당만 지키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친노그룹 중진의원조차 “안씨가 또 한번 질러놓아서 당분간 시끄럽겠다”며 혀를 찼다.
전날 안씨가 공개 강연에서 “민주평화세력 대통합을 한다는 것이 왜 당을 깨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낡은 정치와의 싸움이 마지막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 고개만 넘으면 후진적 정치가 극복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한 비판이었다.
신당파와 당 사수파 사이의 감정 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수파 내부에선 비대위가 연일 통합신당 대세몰이에 나서고 있는 게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강래 의원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김 원내대표와 이 의원이 차기 의장과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고 분탕질을 하고 있다”는 막말이 나왔다. 반면 당 해체를 강력히 주장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소속 한 의원은 김원기ㆍ문희상ㆍ유인태ㆍ배기선 의원 등 친노그룹 중진들을 거명하면서 “정계를 떠나냐 할 사람들이 통합신당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김근태 의장은 친노 진영과 강경 통합신당파 모두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안씨의 발언에 대해 “실패를 합리화하거나 한 줌도 안되는 기득권을 주장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무턱대고 우리당을 지키자고 해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평화번영개혁의 대원칙에 불철저한 이들과 무원칙하게 타협하자는 주장에 과감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의 무조건적인 선(先)통합이나 당내 개혁세력과의 결별을 상정한 신당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때문에 김 의장이 실용파와도 본격적으로 각 세우기에 나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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