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초ㆍ중ㆍ고교 등 전국 1,400여곳에서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오염 지하수가 식수로 사용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검사기관 임ㆍ직원은 먹을 수 없는 지하수를 마시기 적합한 것으로 조작했고, 공무원들은 수질검사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를 묵인했다.
서울지검 형사2부(부장 김종로)는 20일 수질검사기관 14개가 1,753곳에서 채취된 지하수의 수질검사 데이터를 조작,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하수가 전국에 공급됐다고 밝혔다. 질산성 질소로 오염된 지하수는 경기 여주군 S어린이집, 서울 중계동 J중ㆍ고교에 공급되는 등 가정 489곳, 학교 168곳, 어린이집 19곳, 마을상수도 286곳 등 1,410곳에서 사용돼 왔다. 오염된 지하수를 이용해 급식해 온 어린이집과 학교들은 지난 주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 급히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는 빵 등으로 급식 식단을 바꿨다.
또 지하수를 용기에 담아 파는 먹는샘물 제조업체 62곳 중 12개 업체의 샘물도 각종 세균 등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오염된 지하수에선 허용치가 10ppm 이하인 질산성 질소가 최고 170ppm까지 검출됐으나 수질검사기관들은 지하수개발업자로부터 건당 수십만원씩 받고 검사결과를 정상으로 조작해 줬다. 이들은 음용 부적합 판정을 내릴 경우 검사의뢰 건수가 줄어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Y환경생명기술연구원 이모(54) 대표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립환경과학원 박모(45) 과장 등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중지케 하고,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8개 기관의 지정을 취소했다.
사람과 동물의 분변이 물에 섞여 나타나는 질산성 질소는 청색증 성장장애 빈혈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체코에선 질산성 질소가 함유된 물을 장기 복용한 어린이 115명이 청색증에 걸려 9명이 숨진 사례도 보고됐다.
이번 수사에서 6월 급식파동을 일으킨 CJ푸드의 납품업체인 A지역농협도 질산성 질소 47ppm이 검출된 지하수로 야채를 세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급식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로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해 CJ측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