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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예규 논란… 법원·검찰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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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예규 논란… 법원·검찰 또 충돌

입력
2006.12.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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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검찰이 또다시 정면 충돌할 기세다.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 발언, 지난달 론스타 수사 영장 줄 기각 사태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이번 갈등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2차례 기각되자 검찰이 대법원 내부 규칙을 비판하고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후에도 영장 기각이 이어져 전선(戰線)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변호사 단체들과 법무부마저 거들고 나섰다. 법조계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형국이다.

법원은 18일 한미 FTA 반대 시위자 6명의 구속영장을 2차 기각한 데 이어 19일에도 사행성 성인오락기 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채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채씨는 영상물등급위원회 로비 명목으로 오락기 제조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영등위 위원을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판사가 법률도 잘 모른다”며 “영장전담 판사 한두 명에게 큰 권한이 집중돼 있는 현행 영장발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선 법원의 중요 사건을 대법원에 보고하도록 한 대법원 예규에 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원이 구속ㆍ압수수색 영장이 접수될 때부터 일선 법원의 보고를 받는 것은 판사의 독립을 침해하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일일이 개입하면 판사가 대법원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으며 최근 일련의 영장 기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논리다. 법무부도 이날 자료를 내 “구속 기준을 세분화ㆍ구체화ㆍ명확화해 구속과 관련한 법원의 재량을 줄이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이 법원의 내부 행정절차까지 문제삼은 데 대한 역공도 만만치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검찰이 대법원 예규를 비판할 입장이 아니다. 검찰의 공세는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따른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다른 헌법기관의 내부 일에 간섭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대법원 예규는 일선 법원의 현안을 파악하고 결정의 형평성을 꾀하기 위한 자체 정보수집 차원일 뿐인데 대법원이 하급심 재판에 개입하려 한다는 검찰 측 주장은 터무니없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에 일일이 보고하는 것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식으로 남의 집안일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그러나 “대법원이 인사권을 내세워 재판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나라가 망할 일”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법원-법무부 '구속요건 확대' 갈등

‘합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을 바라보는 법원 측 시각은 곱지 않다. 앞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을 때’로 한정한 현행 형소법상 구속요건이 너무 추상적이라면서 “사안의 중대성이나 재범 위험성, 보복 가능성 등을 구속요건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의 공식 입장은 “재판 업무에 법무부가 관여해선 안 되듯 법무부가 하는 일에 사법부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법원의 고유 권한인데도 법원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구속요건을 확대하려는 데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의 수사 편의만을 두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도 법무부의 중요한 역할인 만큼 두루두루 의견을 들어보고 중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정책의 연속성 단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형소법 개정안은 지난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법원과 검찰이 합의한 데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검토를 마쳤다는 것이다.

천 장관 시절에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견지하더니 검찰 출신 장관이 온 뒤로 구속 수사를 확대하려 한다는 불편한 심기도 반영돼 있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당시에도 구속요건 문제가 거론됐지만 검찰과 법원이 서로 양보해 적절한 선에서 합의했고 법무부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최근처럼 법원의 영장 기각이 빈번하지 않았다. 구속 여부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도록 구속요건을 촘촘하게 하는 것이 피의자 인권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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