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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 <3> 박근혜의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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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 <3> 박근혜의 12월 20일

입력
2006.12.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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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9시30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태운 체어맨 승용차가 먹장구름이 낮게 깔린 춘천 강원도청사로 접어들었다. 발을 동동이며 기다리던 여직원이 차에서 내리는 박 전 대표를 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이쁘다.”

박 전 대표가 김진선 강원지사를 비롯한 강원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동해안을 포함한 U자형 개발을 해야 국토 균형발전이 이뤄진다. 평창 동계올림픽 후보지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꼭 되길 소망한다 ”고 말했다.

춘천을 출발한 박 전 대표의 차량이 새로 확장한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로 향했다. 3군단 특공부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내린천 옆을 지나가던 길에 돌연 예정에 없던 곳으로 차가 향한다.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지난 7월 수해에 30여명이 죽거나 다친 마을이다. 주민 50여세대가 여전히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주민의 손을 잡은 대표의 눈가에 주름이 잡힌다. “얼마나 추우세요” “대표님이 이렇게 와 주시니….”

낮 12시10분. 인제군 북면 용대리 3군단 특공부대에 도착했다. 사병 식당에 자리한 장병 120명의 눈이 일제히 마이크를 든 박 전 대표로 향한다. “눈 내리면 군대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애인 생각한다는데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작업 생각한다죠.” 침묵이 흘렀다. 군대는 어쩔 수 없는 군대다. 병사들이 굳어있다. “여러분 보면 제 아들 같고 동생같다. 외모만 봐선 누나 같지 않나요.” 그제서야 박수가 나온다. “박수로 찬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모두 외박 보내드리고 싶어요.”(웃음)

박 전 대표는 “국방의 의무는 무엇보다 공평해야 한다”며 “이리저리 회피하려는 행위는 엄히 다스려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 복무 회피에 대한 이례적인 강성 발언이었다. 병사들과 함께 ‘짬밥’으로 점심을 먹은 박 전 대표는 자리를 돌며 일일이 병사들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몸 건강하세요.”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동이나 말에선 조바심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데요?” 살짝 눈을 흘긴다. “매일 매일 물어보시네요”(웃음)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정치의 기본을 지키면서 사심 없이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그러면서 새해 포부를 덧붙인다. “대선이 1년 남았는데 너무 조기 과열됐다는 얘기가 많다.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간 공약 발표를 자제하고 국회 일에 충실해왔다. 새해부터는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비전을 가다듬어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생각이다.” 말을 마친 박 전 대표가 또 농담을 곁들인다. “(지지율에 대해) 내일 또 물어보세요.”

오후 2시20분. 속초 동명항의 활어시장을 찾았다.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터지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어머, 피부가 너무 고우세요.” “대표님 반갑습니다.” 사인을 요청하는 종이와 펜이 박 전 대표 앞으로 날아든다. “이거 좀 드셔봐요.” 초장 바른 골뱅이를 아예 입에다 들이미는 사람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이는 곳이면 그 지역 의원은 물론 시장ㆍ군수 등 단체장들이 총출동한다. 대표 시절 각종 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직ㆍ간접적인 지원을 받았던 이들이다. 대선 행보에 나선 박 전 대표의 자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 자산이 있다. 대중이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대중의 힘을 믿고 있는 듯 했다.

춘천ㆍ인제=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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