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18일 발표했던 외환 규제책 중 일부를 하루 만에 철회했다. 프리디야손 데바쿨라 태국 재무장관은 19일 밤 중앙은행이 전날 발표한 외환 규제의 대상 가운데 증권 부문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 등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규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외환 규제책 부분 철회는 이날 밤 태국 중앙은행, 정부와 증권 관계자가 긴급회동을 가진 뒤 전격적으로 취해졌다. 규제책 발표 후 19일 태국 증시가 16년 만에 최대인 14.84%나 급락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전망됐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가 발표되자 20일 태국 증시는 10%가량 오르며 전날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제2의 아시아 통화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도 오름세로 마감했다.
18일 태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정책은 교역과 관련 없는 2만 달러 이상의 외환 유입액은 30%를 무이자로 1년 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고강도 금융제재 조치다. 이 예치금은 1년 후 전액 돌려 받을 수 있지만, 그 전에 인출할 경우에는 총액의 3분의 2만 받는다.
최근 들어 태국에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바트화 절상이 가파르게 진행되자 단행한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과 주가 폭락을 불러 왔다.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과도정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시장 친화적인 탁신 전 총리의 권좌 복귀를 바라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 놨다.
한편 태국뿐 아니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한국에서도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압력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 같은 아시아 통화 문제의 배경에는 중국과 일본의 환율 왜곡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0일 칼럼니스트 필립 보우링의 기고를 통해 달러 당 원화 가치가 최근 3개월 동안 5%(3년 동안 30%)나 급등했는데 이는 바트화가 같은 기간 동안 7%(3년 동안 20%) 급등한 것에 버금간다고 지적했다. 보우링는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상을 매우 조금씩 용인하고 있어 지난 16개월 동안 겨우 5%밖에 오르지 않았으며, 일본은 제로 금리를 이용한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 두 국가 때문에 태국이나 한국뿐 아니라 개방적 환율 정책을 펴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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