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대선후보 정운찬’ 카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노골적으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띄웠는가 하면 정 전 총장 본인의 말도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정 전 총장은 20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출마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통령은 너무 무거운 자리”라면서도 “정치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내가 출마를 선언한다 해도)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이 양보하겠느냐”고도 했다. 얼마 전 “출마하지 않겠다” “나는 대통령 그릇이 못 된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언사다.
앞서 김 의장은 19일 정 전 총장에 대해 “좋은 사람이고 역량이 있으며, (후보가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정 전 총장은 한나라당 노선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그가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정치참여를 촉구했다.
김 의장과 정 전 총장이 최근 회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장측은 “이 달 초 두 사람이 모두 아는 지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정계개편 등 정국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도 “김 의장이 최근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해 지인 여러 명과 함께 만났다”며 “필사즉생(必死則生)이란 말도 있는데 죽고자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김 의장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인 정 전 총장과 김 의장은 학창시절부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흐름은 범 여권 후보로 거론되던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이 게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