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에 반정부 시위대 2,000여명이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젊은이들부터 옛 소련 공산독재에 향수를 품은 이들, 자유시장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념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비난하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푸틴 정권이 7년간 구축해온, 크렘린의 일방주의적 관리민주주의에 대한 저항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지도 81%… 국민 대다수 지지 등에 업어
하지만 푸틴의 리더십이 그의 2기 임기가 끝나는 2008년3월 이후의 러시아도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이들이 아직은 더 많다. 푸틴은 러시아를 1990년대 말 루블화 몰락에 뒤따른 경제 붕괴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의 무질서에서 연 6%대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는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러시아 국민들 대다수는 이 같은 ‘푸틴 공화국’의 강력한 지지자다. 7년째 집권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인기는 임기 말에 더욱 치솟고 있다.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11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전달보다 4%포인트 오른 81%까지 올랐다. 푸틴은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묶여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지만, 국민들 중 절반은 그가 지명한 후계자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하고 있다.
2007년 러시아는 ‘포스트 푸틴’ 구도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차기 대선 일정을 2008년 3월 2일로 확정, 대선 레이스의 출발 신호를 울렸다. 내년 12월3일에는 국가 두마(하원) 선거도 치러진다.
메드베데프·이바노프 등 후계자 거론
본격적으로 선거 정국 돌입에 앞서 러시아 정치는 혼란에 휩싸였다. 전 연방보안부(FSB)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등 반정부적 인사들의 의문사는 철옹성 같던 푸틴 정권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 배후와 관련 푸틴 대통령 측이 러시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을 제거하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등 정국 불안을 가중하는 불씨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푸틴 후계와 관련한 무성한 억측도 정권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19일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3기 연임을 위한 개헌은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아직도 확실한 대권 후보는 없다. 포스트 푸틴 후보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수석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이 자주 거론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지명을 받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보다는 퇴임 이후 푸틴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스스로도 퇴임 후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코드 맞는 후계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푸틴은 총리에 오르거나 또는 푸틴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측도 정권 연장을 위한 판짜기에 주력하고 있다. 크렘린에 비우호적인 제1야당 공산당을 견제할 목적으로 조국당, 연금자당, 생명당 등 중도좌파 정당들의 통합 신당 창당을 지원했다. 의회 선거도 지역구를 없애고 정당명부에 따른 비례대표제로만 의원을 선출하도록 선거법을 바꿨다.
바뀐 선거법 환경에서 치르는 내년 총선에서는 여당 통합러시아당이 두마 장악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55%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의 미디어 계열사를 통해 ‘이즈베스티야’ ‘코메르산트’ ‘프라우다’등을 인수하는 등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비판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크렘린의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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