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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잭 웰치의 '부적절한 비유'가 던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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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잭 웰치의 '부적절한 비유'가 던진 화두

입력
2006.12.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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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최고경영자 잭 웰치가 "한국에서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혁신적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해 한국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MP3를 최초로 개발한 나라에다 대고, 혁신제품의 예로 뒤늦게 MP3 시장에 뛰어든 아이팟을 들먹였으니 한국 네티즌이 분노할 만도 했다.

● 한국경제 미래는 어디에 있나

비유는 대단히 부적절했지만, 발언의 취지만큼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좀더 부강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려면 컴퓨터나 자동차, 선박 등 현재 있는 제품의 성능을 개량하는 쪽으로만 머리를 쓸 것이 아니라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고 남의 뒤만 쫓아가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

하지만 잭 웰치의 '부적절한 비유'는 혁신제품만으로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모두가 한때는 혁신제품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 어느 회사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는지 알아보고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나 가격과 상관없이 명품 대접을 받는 제품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이나 인도와 가격 경쟁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명품으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

혁신제품이 시장에서 명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명품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MP3라는 혁신제품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한국이었지만, 현재 미국시장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MP3는 불행하게도 애플의 아이팟이다.

가격 경쟁력 상실로 위기에 처한 한국은 잭 웰치의 말처럼 "모험가 정신, 사업가 정신으로 가득 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미국"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혁신제품 개발이 한국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MP3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세계적으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 혁신제품의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다. 더욱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창의력을 가진 국가, 기업, 개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 혁신제품 뿐 아니라 명품 만들어야

한국은 혁신제품 경쟁에 앞서가는 미국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처럼, 번듯한 혁신제품 하나 없이 '문화적 깊이와 장인 정신'으로 가득 찬 다양한 명품을 내놓고 있는 스위스나 이탈리아를 배울 필요가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아니라 시계, 칼, 구두, 옷을 만드는 중소기업도 명품만 만들 수만 있다면, 사원들에게 얼마든지 고액의 연봉을 안겨줄 수 있다. 더욱이 모든 나라, 모든 기업, 모든 개인이 혁신제품 경쟁에 뛰어들 수 없지만, 명품 경쟁에는 뛰어들 수는 있다.

혁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명품을 만들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혁신제품도, 명품도 만들지 못하면서 잘 살기는 더 어렵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잭 웰치의 부적절한 비유는 한국이 안고 있는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동시에 일깨워주었다.

전봉관ㆍ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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