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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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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식성

입력
2006.12.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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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국수는 맛있다. 뜨거운 육수에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한 종지 쏟아 붓고 잘 저은 다음 훌훌 마시면, 목구멍에서부터 식도를 따라 오장육부가 찌르르 전율한다.

전신이 쾌감 속에서 말갛게 씻겨지는 듯하다. 베트남에 가 본 적 있는 친구 말로는 현지 베트남국수가 훨씬 더 맵고 맛있단다. 어지간히 매워진 내 국물을 떠먹이며 “이보다 더?” 물으니 결단코 그렇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베트남 사람들도 대단하네! 언제 베트남에 가면 반드시 그 국수를 먹고야 말테다. 맛만이 아니다. 쌀로 만든 면에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 있어, 베트남국수를 먹노라면 내 몸에 좋은 일을 해 주는 느낌이다.

베트남국수에는 중독성이 있다. 문득 베트남국수가 맹렬히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날이 우중충하거나 식욕은 없고 배가 고플 때. 으슬으슬 추웠던 며칠 전, 기운 없어 보이는 친구를 데리고 베트남 식당에 갔다.

한번도 베트남국수를 먹어본 적 없다는 그가 베트남국수를 먹고 힘을 내서 이제부터 마니아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째 깨죽거리더니만, 식사가 끝난 뒤 퉁명스레 말했다. “이렇게 맛없는 걸 먹고 돈을 내면 화가 날 것 같아. 네가 내라.”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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