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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미스 다이어리' 푼수끼 한층 더… 좌충우돌 노처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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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미스 다이어리' 푼수끼 한층 더… 좌충우돌 노처녀 일기

입력
2006.12.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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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2만 피트 상공에서 지상으로 추락했을 때 탑승자가 살아 남는 것보다 더 희박한 확률은 30대 백수 노처녀가 이 거지 같은 (독신의) 삶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극장판> 의 서두는 사뭇 비장하다. 그러나 영화는 눈물보다 웃음에, 한숨보다는 폭소에 방점을 찍는, 최근 보기 드물게 유쾌하고 발랄한 영화다.

<올드 미스…> 는 2004년부터 약 1년간 KBS2에서 방영된 동명의 TV시트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32세 노처녀 성우 최미자(예지원)와 그의 가슴을 뒤흔드는 지PD(지현우), 미자의 세 자매 할머니, 홀아버지(임현식), 노총각 외삼촌 등이 브라운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웃음을 양산한다.

그러나 TV에서 주요 축을 형성하던 오윤아 김지영의 역할은 ‘우정 출연’ 급으로 격하됐고, 김정민과 장동직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서야 살짝 얼굴을 비친다. TV와 달리 미자와 지PD간의 사랑 줄다리기에 더 무게 중심을 두면서 황혼의 사랑이라는 양념을 더 많이 섞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그랬듯이 영사기도 노처녀와 노인 등 변두리 인생들의 애환을 웃음으로 형질변환시켜 투영한다. 키스의 날카로운 느낌조차 잊어버린 미자가 푼수기 가득한 좌충우돌을 통해 사랑을 쟁취해가는 과정, “빤스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라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할머니 삼총사의 활약상 등 화면 곳곳에 배치된 웃음 지뢰가 관객의 발걸음을 노린다.

할머니와 저승사자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맞짱’을 뜨는 설정 등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듬어낸 만화적 상상력도 ‘재치 만발’이다. TV판 <올드 미스 다이어리> 의 연출을 맡았고 현재 <개그 콘서트> 의 총지휘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윤 감독은 예능 PD로서의 내공을 유감없이 펼쳐낸다.

시트콤처럼 여러 에피소드를 짜깁기하듯 얽어내다 보니 극적 연결은 느슨하다. 노처녀 3인방이 중심이었던 시트콤과 달리 30대 여성 사이의 거침 없는 수다와 연대감이 제거된 점도 아쉽다. 그러나 베개를 껴안은 채 자명종 소리에 깨거나 명절에 고향 친지들 만나기가 두려운 솔로들이라면 십분 공감할 영화다. 진정한 ‘올드 미스’인 할머니들의 애정 행각에 편견 없이 따스한 시선을 던지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자 미덕이다.

보톡스 주사 10방은 맞은 듯 키스로 부풀어 오른 윗입술 등으로 한 없이 망가지는 예지원의 연기가 놀랍다. 김영옥 서승현 김혜옥 3인의 능청스러운 노년 연기도 스크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1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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