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I) 도킹에 성공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그는 우주정거장으로 옮겨타자마자 20㎏으로 엄격히 제한된 짐을 풀기 시작한다. 앞으로 8일간 머무르며 그가 수행할 임무가 담긴 보따리다.
우주인은 먼저 살아있는 실험 대상인 초파리와 벼, 콩 씨앗이 무사한지 살핀다. 초파리는 중력반응 유전자를 찾기 위한 실험용도다. 우주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고작 8일에 불과하지만 초파리에게는 우주인의 15년 정도에 해당하는 장기 우주여행이다. 귀환 후 초파리는 실험을 제안한 건국대 조경상 교수에게 넘겨져 어떤 RNA가 변했는지 꼼꼼히 분석된다. 우주여행이 상용화할 미래에는 ‘중력 유전자 조절요법’이 여행 전후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될지도 모른다.
지상에서 심어 온 벼와 콩은 이제 막 싹 트기 시작했다.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 성장은 고작 5㎝정도다. 그러나 우주인과 동시에 파종한 지구의 학생들은 과연 줄기가 위로, 뿌리가 아래로 자랄 것인지 관심이 크다.
우주에서의 첫 잠을 자고 일어나 세수를 마친 우주인은 먼저 얼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한서대 조용진 교수가 개발한 600g짜리 초소형 등고선 촬영장비로 우주여행 내내 8시간마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붓고 빠지는지 기록한다. 중력상태에서 진화한 우리 몸은 상체의 체액이 하체로 몰리지 않도록 되어 있는데 우주에서는 체액이 역류해 얼굴이 붓고 눈이 튀어나오고 코가 막힌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우주 부기’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주인이 이를 몸소 확인중이다.
저녁은 80도정도의 뜨끈한 물을 특수 팩에 넣어 즉석에서 만든 북어국에 김치로 준비했다. ‘우주 한식 메뉴 맛보기’도 그의 임무 중 하나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는 칼슘, 섬유소를 강화하고 염분을 줄인 미역국, 라면 등 전통 우주식을 개발했다.
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19일 이와 같은 우주인의 과학실험 임무 18가지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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