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18일 대담 형식의 대선주자 인터뷰 기사를 내년 8월까지 보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대담ㆍ토론을 통한 일문일답식 인터뷰가 현행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설명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데다 보도 방법에 따라 사실상의 인터뷰 기사 게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시비도 불가피하다.
선관위는 이날“최근 대선주자들에 대한 인터뷰 보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협조공문을 전 언론사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협조요청의 근거로 제시한 규정은 ‘언론기관은 대통령선거일 전 120일부터 대담ㆍ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명시한 선거법 82조와 ‘대담은 후보자가 자신의 정견이나 소속 정당의 정강ㆍ정책 등에 관해 사회자나 질문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라는 81조다. 대선주자 인터뷰가 대담 형식이므로 대선(12월 19일) 전 120일인 내년 8월 21일까지는 보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선관위는 14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인터뷰 기사에 대해 “선거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으니 기사 게재를 중지하고 다른 후보의 대담ㆍ토론기사도 게재되지 않게 해달라”며 동아일보에 공문을 보냈다.
선관위는 그러나 “동행 취재나 사무실 방문 취재 등에 응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인터뷰가 취재보도의 형식에 부가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법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대선주자 인터뷰는 대담으로 볼 수 없다”며 “대선주자의 의견이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된다는 전제 아래 대의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도 “유권자에게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까지 막겠다는 건 지나친 규제”라며 “인터뷰는 안되고 동행 취재시 인터뷰는 가능하다는 식의 형식적 판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나름대로 엄정한 법 해석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지만, 언론 입장에선 과도한 규제로 보여질 수도 있다”며 “관련 조항을 손봐야 하며, 이를 위해 여야간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효과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그간 언론에 게재된 숱한 인터뷰 기사는 문제 삼지 않다가 이제 와서 중지를 요청한 것은 언론사의 취재 기회 박탈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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