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면면 살펴보니…있는 사람이 더하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면면 살펴보니…있는 사람이 더하네

입력
2006.12.18 23:51
0 0

18일 공개된 지방세 고액ㆍ상습 체납자들의 면면과 행태는 놀라웠다. 수억대의 지방세를 체납하면서 버젓이 5선을 기록한 도의회 의장이 있는가 하면, 국민의 4대의무인 ‘납세의무’를 가르쳐야 하는 고등학교 교장도 포함돼 있었다.

행정자치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날 일제히 공개한 고액ㆍ상습 지방세 체납자들은 1억원이 넘는 지방세를 2년 이상 내지 않고 있는 1,149명(개인 620명, 법인 529명)으로 이들의 체납액은 3,602억원에 달한다.

●현 공직자에 옛 경제계 거물도

전남도의회 김종철 의장은 1억600만원이 현재 체납된 상태다. 1996년 광주 서구 광천동에서 신축중이던 9층짜리 건물이 부도로 인해 매각처분되면서 발생한 양도소득세에 따른 주민세에 가산금이 붙은 것이다. 김 의장의 주소지였던 여수시는 98년 4월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지금껏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김 의장이 사는 집은 장모 명의로 돼 있고 지방의회 의정비(월 330만원)는 은행이나 세무서 등에 의해 압류된 상태다.

부산지역 개인 체납자 9위는 현재 부산 모여고 교장인 강모씨였다. 체납액 3억6,200만원. 강씨는 교장 취임전에 경영하던 건설업체가 IMF 외환위기때 도산하면서 주민세를 체납됐다. 이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강 교장의 급여 절반이 차압되고 있다. 강 교장은 “IMF때 부도가 나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체납액이 불어나게 됐다”며 “교장생활을 하면서 힘 닿는 데까지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공사립 교원 가운데 신용불량상태인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련 법상 금고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임용취소처분이 가능한 만큼 현 상태로는 별 다른 징계조치를 취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직은 아니지만 대전상공회의소 13ㆍ14대 회장을 지낸 이종완씨도 1억2,800만원의 지방세가 밀려 대전시 명단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은 대전ㆍ충청지역 유력 건설사였던 영진건설을 운영하던 중 IMF때 부도를 맞았다. 이 전 회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민들과 정부의 중재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 최순영 전신동아그룹회장 36억원, 정태수 전한보그룹회장 13억원, 이순목 전우방그룹회장 2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강남에 모여 사는 고액 체납자들

개인 체납자들은 현재 재산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부자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서울의 경우 327명의 개인 고액 체납자 중 18%인 59명이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에 살고 있다. 이들의 체납액은 199억5,600만원으로 전체(826억원)의 24.2%를 차지한다.

경기나 인천 등 현주소를 지방으로 옮긴 106명을 제외하고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한다면 강남권 고액 체납자들의 비중은 더 커진다. 서울시에 체납하고 있는 고액ㆍ상습 체납자중 221명(체납액 548억9,600만원)이 서울시내에 살고 있고 이들중 강남권 거주자는 26.7%, 체납액비율은 36.4%에 달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상위 10명중에도 3명의 주소가 강남구와 서초구이고 모두 4위 이내에 올라 있다. 10명중 현주소가 서울인 사람은 6명이다.

서울시 세금징수팀 관계자는 “고액 체납자들을 만나면 자녀나 친척집에 얹혀 산다고 말하는데 유독 강남지역 많다”며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더니 부자 개인은 망해도 가족은 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 체납자는 건설업에 몰려

2,11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법인들은 주로 건설ㆍ건축업종(40.3%, 체납액 46.8%))에 몰려있다. 업종자체가 부침이 심한 데다 IMF이전 부동산경기가 붐을 이룰 때 앞다퉈 뛰어들었다가 무더기 부도를 낸 것이다.

서울시의 고액체납 법인 상위 10위중 6개가 건설 및 건축업이다. 건설업 다음으로는 제조업(23.6%), 도ㆍ소매업과 서비스업(각 7%) 등이다. 부산의 경우도 전체의 53%인 28개사가 토목건축 및 주택건설업체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고액체납 법인 275개중 33.5%인 92개가 IMF기간인 1997년11월부터 2001년 8월 사이에 부도를 내고 재산 경매처분 등에 따른 주민세 등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부산=김창배기자 cbkim@hk.co.kr

박준양 38세금기동1팀장 "부도 났다면서 외제차에 골프까지"

“잘 사는 동네가 너무하더군요.”

18일 오후3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2동 5층. 38세금기동1팀 박준양(50ㆍ사진) 팀장은 500만원 이상 고액ㆍ상습체납자 명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의 체납수법을 묻자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대부분 회사가 부도났다고 하지만 막상 집을 찾아가면 사치스럽게 사는 사람도 적지 않더군요. 체납자들 상당수가 제일 비싸다는 강남구에 살고 있어요.”

실제로 서울 강남구의 총 체납 누적금액은 893억원. 시내 25개 구청의 총 체납액 3,169억 가운데 단연 최고다. 서울시는 5년 전 총 체납액 1조 575억원을 대상으로 38기동팀(1~3팀)을 만들어 올 10월말까지 7,406억원을 징수하거나 결손처리 했지만 강남이 가장 큰 골치덩어리라는 설명이다.

법적 틈새를 악용하고 있는 체납자의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우선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체납자가 아내에게 재산을 명의이전한 뒤 위장이혼을 하는 것. 이들이 평일, 주말 가릴 것이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기동팀은 이들에 대해서는 서울행정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신청, 세금을 끝까지 받아내고 있다. 박 팀장은 “연간 30건 정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80% 이상 서울시가 승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체납자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직계가족이 아닌 외조카, 조카사위의 명의를 빌리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박 팀장은 “재산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국세청에 몰려 있어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동팀은 납세정의를 집행하는 보안관”이라며 “세무과 8개팀 중 하나인 기동팀을 ’38 세금징수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38조에서 따온 38기동팀은 2001년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징수활동을 벌이기 위해 발족했으며 올해에만 10월말 현재 439억원을 징수했다. 유사한 조직으로 서울시를 제외한 6개 광역지자체에서 ‘체납정리팀’, ‘체납관리팀’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