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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이슈 2006] <2>서남부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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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이슈 2006] <2>서남부 연쇄살인

입력
2006.12.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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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 오전 4시45분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김모(47)씨의 반지하 집에서 격투가 벌어졌다. 이 싸움은 김씨가 아들과 합세해 둔기를 휘두르는 괴한의 팔을 꺾자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2년 넘게 이어진 서남부 연쇄살인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연쇄살인범 정남규(37)는 인연도 원한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른바 이상(異常)동기 범죄자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연쇄살인’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정남규는 수법과 대담성에서 2004년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살인마 유영철을 능가했다. 2004년 1월부터 관악구 봉천동 세자매 살인, 경기 부천시 초등생 2명 납치살인 등 13명의 목숨을 빼앗은 정남규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체력단련을 하고 관련 자료를 모았다. 범행 장소를 2004년 길거리, 2005년 주택 등으로 바꿨고 범행도구 역시 달리 썼다.

정남규의 뇌 속에 악마를 키운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뒤틀린 성장배경과 행동중독, 사회적 무관심의 3대 악재를 꼽는다.

18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경찰 면담보고서에서 정남규는 “10세 때 두 차례, 군 복무하면서 한 차례 성폭행 당했다. 수감생활하면서도 수시로 맞았다”고 했다.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 권일용(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위는 “유년시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은 뒤 자라면서 타인에 대한 가학적인 분노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유영철도 비슷했다.

행동중독은 인과응보의 부재 탓이 크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강력 범죄를 저질렀는데 곧바로 처벌이 따르지 않자 무감각해지고 자체 학습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돼 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면담보고서에는 “잡히지 않았다면 시체를 토막 내고 싶었다. 범행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더 가혹하게 살해하고 싶었다”는 내용도 있다. 인간적인 상호관계 없이 고립된 채 살아온 정남규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자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죄의식’을 모르는 그의 뻔뻔함과 태연함은 분노를 자아냈다. 현장검증 때는 유족들에게 발길질까지 했다. 재판정에서조차 “부자를 죽이는 데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희생자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 약자인 여성과 아이였다. 법은 1심에 이어 지난달 21일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했다.

사회적 무관심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교수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준 사람만 있었다면 비극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규도 사회에 책임을 돌렸다. “직장도 없고 결혼도 못했다. 살아오면서 즐겁거나 행복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상현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결국 연쇄범죄의 고리를 빨리 끊기 위해선 초동수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는다. 제2의 정남규를 막는 건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아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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