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유난히 청첩장을 많이 받았다. 중국에서 시작된 '쌍춘년(雙春年)' 이야기가 청춘 남녀를 자극한 모양이다. 결혼이라는 축복을 재촉했으니 결과로서야 좋은 일이지만 장삿속에서 나온 이야기여서 뒷맛이 씁쓸하다. 음력 1년 동안에 입춘(立春)이 두 번 드는 쌍춘년은 결코 특별한 해가 아니다. 3년에 한 번쯤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음력 1년은 양력 1년보다 11일 정도가 짧다. 그대로 두면 한여름에 설날이 오고, 보릿고개에 한가위를 맞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이를 막으려고 19년에 일곱 번 윤달을 집어넣는다.
■ 윤달이 들면 음력 1년이 385일로 길어진다. 24절기는 태양의 궤도인 황도를 기준으로 삼아 양력으로 정하며, 입춘은 2월4일께가 된다. 그러니 윤달이 드는 해 가운데 음력 1월1일이 양력 2월4일 이전이고, 이듬해 2월4일 이후에 음력 12월이 끝나는 해는 모두 쌍춘년이다.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www.kao.re.kr)에서 날짜를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듯 1990년, 93년, 96년, 98년, 2001년, 2003년이 모두 쌍춘년이었고, 2009년도 그렇다.
■ 다가오는 새해가 '황금돼지해'라는 이야기는 더욱 황당하다. 돼지해에는 아이들이 재복을 타고 난다고 하니 황금돼지라면 그야말로 '끝'이고 '짱'이다. 쌍춘년의 결혼 붐에 이은 출산 붐을 그려볼 만하다.
그러나 정해년 새해는 결코 황금돼지해가 아니다. 간지(干支)로 따져 돼지해는 을해(乙亥)ㆍ정해(丁亥)ㆍ기해(己亥)ㆍ신해(辛亥)ㆍ계해(癸亥)가 있다. 오행설에 따르면 을(乙)은 푸른색(靑), 정(丁)은 빨간색(赤), 기(己)는 노란색(黃), 신(辛)은 흰색(白), 계(癸)는 검은색(黑)이다. 황금돼지해가 될 수 있는 기해년은 1959년이었고, 2019년에나 온다.
■ 정해년은 '빨간 돼지해'일 뿐이다. '빨간 돼지'의 복도 예사롭지 않다. 정(丁)은 불(火)이고, 남쪽이다. 만물이 좁은 틈을 비집고 강하게 솟아나는 기운이다. 해(亥)는 물(水)이고, 북쪽이지만 깊은 물 속에 만물의 생장 에너지를 갈무리한 형상이다. 정해년은 어둠을 뚫고 새벽이 싹트고, 정(丁)의 밝고 뜨거운 기운으로 밤이 어둡지 않고 겨울이 춥지 않은 때다.
침체한 나라 경제에 도약의 기운이 일고, 국민 삶에도 빛이 비칠 만하다. 물론 이런 모든 희망은 황금돼지에 현혹되지 말고 빨간 돼지라도 제대로 맞듯, 지도자를 잘 가려 뽑아야 가능하지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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