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료를 이렇게 많이 받아서 다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돈 드는 곳이 많다.”
최근 첫째 아이를 서울 사립 E초등학교에 보낸 주부 김모(35)씨는 “추첨 한 번에 3만원이라니 과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나마 김씨는 아이가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 다행이었지만 함께 지원했다 떨어진 아이 엄마들은 전형료 문제가 더 불만이다.
11일 신입생 추첨배정을 마친 서울시내 사립초교에서 전형료 3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이 같은 액수를 전형료로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새로은 베이비붐 세대인 2000년생 ‘즈믄둥이’들이 몰려 사립초교 39곳의 지원자가 지난해 8,503명에서 9,748명으로 크게 늘었다.
덕분에 사립초교들의 전형료 수입은 매우 짭잘했다. 경쟁률이 6.6대 1인 Y초교나 8.9대 1인 K초교는 전형료 수입만 각각 2,800여만원과 3,2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입학생을 상대로 ‘한건’ 하려는 것이냐”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사실 신입생을 뽑는 방식은 간단하다. 학교들은 지원 아동과 학부모가 참관하는 가운데 번호가 적힌 은행알이나 탁구공을 뽑는다.
학부모는 “시험을 본다면 시험지 인쇄비와 감독 인건비 등이 나간다고 여기겠는데 달랑 은행알 하나 뽑는 추첨에 3만원이면 과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사립학교로 구술 면접 등 별도의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기 C국제중과 서울 D외국어고의 전형료는 2만원이다. 둘째 아이가 서울사대부속초교(5일 추첨)와 영훈초교에 연거푸 탈락한 이모(39)씨는 “전형료가 비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런 말 꺼냈다가는 ‘괜히 (아이가) 떨어져서 시비 거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잠자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립초교 측은 서울지역 사립초교 모두에 지원자가 몰린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39곳 중 올해 정원을 못 채운 학교는 4곳, 입학 정원을 가까스로 채운 곳(경쟁률 1.5대 1 미만)은 19곳이나 된다. 홍보책자를 수천 부 찍고, 서울 전역의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유치활동을 할 수밖에 없어 비용이 꽤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전국사립초교 교장협의회 정진해(62ㆍ서울 화랑초 교장) 회장은 “전형료는 홍보, 전형, 예비 입학생을 위한 입학 전 교육 프로그램비로 쓰는 등 전부 학생에게 되돌아 가는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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