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소속 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17일 전당대회 일정과 진로를 정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응답자가 61%에 불과해 대표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친노 진영은 물론 통합 신당파 내 강경론자들도 개별 행동 움직임을 보여 전도가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우리당 비상대책위는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워크숍을 갖고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당의 진로로 설정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90%가 통합신당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합 수임기구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내년 2월14일 치르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의원총회에서 새 지도부를 합의 추대한 뒤 전대에서 추인을 받기로 가닥을 잡았다.
비대위는 이날 결정으로 사실상 통합신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의 진로를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으로 못박은 점에서 그렇다. 설문 문항 중 ‘우리당 정비’나 ‘재창당’이 소수 의견에 불과해 통합신당 창당을 전제로 향후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근태 의장이 이날 “평화ㆍ번영ㆍ개혁을 위한 반(反) 한나라당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대위는 그러나 전대의 성격과 새 지도부 선출방안에 대해선 각각 통합수임기구 구성과 의총에서의 합의추대가 설문조사 결과 다수 의견이라는 점만 강조했다. 이 부분은 향후 절충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향후 당내 논의가 비대위의 바람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소속 의원 139명 가운데 54명(39%)이 설문에 응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신당을 밀어붙이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중도파 의원은 “설문조사로 당 진로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친노진영은 지도부의 통합신당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정연 소속 한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빌미로 신당 대세몰이에 나서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측은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4주년을 맞아 대규모 모임을 갖고 향후 행동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국민의 길’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등 당의 발전적 해체를 거론한 통합 신당파 일부 의원은 오히려 비대위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안개모의 한 의원은 “통합수임기구를 지금부터 내실 있게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며 선도탈당을 포함한 독자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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