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시대의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15일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키로 합의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1999년 1월 전면 시행된 분양가 자율화가 8년만에 막을 내릴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72년까지 주택사업자가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왔다. 하지만 73년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분양시 건설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면서 분양가 규제가 본격화했다. 77년부터는 25.7평 이하 평당 103만원, 25.7평 초과 평당 134만원의 분양가 규제가 사실상 모든 주택에 시행됐다. 이어 89년에는 땅값과 건축비에 연동해 분양가를 결정하는 원가연동제, 즉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됐다.
이 같은 분양가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95년 강원 충북 전북 제주 지역의 25.7평 초과 주택을 필두로 이뤄진 분양가 자율화는 97년 수도권 이외 지역, 98년 민간택지와 수도권 25.7평 초과 공공택지로 범위를 넓혀 나갔고 99년부터는 전면적인 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됐다. 출범 당시부터 외환위기 타개에 총력을 기울였던 김대중 정부는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경기 부양 및 건설업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문제는 민간 건설업체들이 이 같은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게 되면서 집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랐다는 점.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97년 평당 479만원이던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1월 현재 1,364만원으로 연평균 18.5%씩 상승했다. 기존 아파트 매매가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99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37%에 달했다.
결국 95년 8월부터 공공택지 중소형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중대형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가 동시에 도입되면서 정부의 기조는 규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분양가 자율화 시대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택은 공공재인 만큼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규제 옹호론이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규제 반대론을 이긴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적정성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던 만큼 이번 규제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진통과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전인 내년 상반기에 미분양이 속출할 전망”, “당첨자에게만 ‘로또’에 버금가는 특혜를 주는 제도“, “장기적으로 민간주택 공급이 급감해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등의 반론과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