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를 꿈꾸던 한 태권도 선수가 패싸움에서 사람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후 증인들의 위증이 드러나 10년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한국체대 태권도 학과 A씨(당시21세)는 1995년 4월 새벽 선후배 6명과 함께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술을 마신 뒤 2차로 포장마차를 찾았다. 빈 자리를 알아보러 먼저 들어간 후배 B씨를 부르던 선배와 술집 안에 있던 손님 최모(당시22세)가 시비가 붙어 최씨 일행 5명과 A씨 일행간 패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국가대표 3명을 포함, 전원이 태권도 선수였던 A씨 일행에 최씨 등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5명 중 2명이 전치4,5주의 중상을 입었고 1명은 병원에 실려갔다.
A씨 일행은 경찰에 자수, 일이 마무리되는가 했지만 입원한 1명이 숨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 폭행 사건이 상해치사 사건으로 바뀌었고 피해자를 숨지게 한 가해자를 찾는 수사가 시작됐다. A씨와 다른 1명이 지목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A씨를 지목했고 A씨는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허사였다.
A씨는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가 2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의 경찰, 법원 진술이 달라지자 A씨의 아버지는 이들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결국 증인들은 현장을 보지 않고 A씨를 지목했고, 다른 가해자 부모가 자식의 처벌을 염려해 위증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김경종)는 17일 재심을 청구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누구에게 폭력을 행사했는지 아무도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고 있고, 위증한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만취해 몸도 가누지 못했기 때문에 집단싸움에 가담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원심은 A씨를 유죄로 단정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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